[긴급진단] 부동산 버블논쟁, 어떻게 볼것인가

"정책실패, 시장탓으로 돌려선 안돼"
강남권 기대심리 거품 커져…'버블' 경고성격 강해
세금위주 규제정책 한계, 강남대체 주거지 공급을
저금리에 갈곳없는 자금, 금융시장 유인대책 시급


[긴급진단] 부동산 버블논쟁, 어떻게 볼것인가 "정책실패, 시장탓으로 돌려선 안돼" 강남권 기대심리 거품 커져…'버블' 경고성격 강해세금위주 규제정책 한계, 강남대체 주거지 공급을저금리에 갈곳없는 자금, 금융시장 유인대책 시급 정리=김문섭기자 lufe@sed.co.kr 김광수기자 bright@sed.co.kr 관련기사 • "강남 등 거품 존재… 3.30대책 한계" • 판교 민간임대 선착순분양 '북새통' 사회-김선덕 건설산업전략연구소장 참석자-김홍배 대한주택건설협회 부회장, 고준석 신한은행 부동산재테크팀장, 지규현 주택도시연구원 책임연구원 『 정부발(發) 부동산 버블(거품) 논쟁이 식을 줄 모르고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강남 집값의 이상급등이 가져올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정확한 시장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상당수 시장 전문가들은 "왜 지금 버블 논쟁인가"라는 의문을 제기하는 상황이다. 과연 버블이 존재하는지, 만일 존재한다면 어느 정도인지, 그 파급효과는 무엇인지에 대한 판단도 크게 엇갈린다. 서울경제는 부동산 전문가 4인의 긴급좌담을 통해 부동산 버블 논쟁의 허실과 바람직한 대안을 모색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김선덕 건설산업전략연구소장(사회)=현재의 버블 논쟁을 꼭 비생산적이라고 볼 것만은 아닌 것 같다. 도가 지나치거나 잘못된 정보가 확산된다면 문제지만 강남 등지의 집값이 급상승하고 있어 한번쯤 짚어보는 것이 국가적으로 이로울 수도 있다. 버블이냐 아니냐, 어떤 대책이 필요하냐를 따지기에 앞서 현재의 부동산시장이 과연 어떤 상황인지를 분석하는 일이 우선일 것 같다. ▦고준석 신한은행 부동산재테크팀장=상담을 해보면 고객들은 버블 논쟁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 정부나 언론이 떠드는 것처럼 아파트 가격에 거품이 그렇게 많이 끼어 있는지 의문이지만 정부발표와 언론보도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지규현 주택도시연구원 책임연구원=생각이 좀 다르다. 최근 강남 등지에 매물이 나오고 있는데도 가격하락에 대한 기대감으로 매수세가 많이 줄었다. 이미 1년여 전부터 프라이빗뱅킹(PB) 고객들은 주택에 대한 투자비중을 줄이고 있다고 한다. 사실 강남의 주거가치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계층은 가격동향에 별로 민감하지 않다. 다만 강남 주택을 수익률 높은 투자상품으로 인식했던 사람들은 가격 상승폭이나 세후 수익률을 감안할 때 위축될 수밖에 없다. 최상급 주거지로서의 강남의 입지는 쉽게 무너지지 않겠지만 별다른 이유도 없이 많이 오르기 때문에 조정을 받을 것이다. ▦김홍배 대한주택건설협회 부회장=최근 주택시장은 업계 입장에서는 '초토화됐다'고 할 만큼 심각하다. 강남에서 재건축이 임박한 특정지역은 개발이익 환수 등의 효과가 인식되는 과정이기 때문에 2,000만~3,000만원씩 호가가 하락하는 현상이 일어난다. 하지만 '버블 세븐'의 기존 주택시장은 가격이 내리지 않고 오히려 더 올라간다. 최상급 주거지라는 가치는 사라지지 않기 때문이다. 지방은 지역을 가릴 것 없이 대도시마다 경기가 매우 위축되고 있다. 최근 조사해보니 수도권에서도 미입주율이 40~70%씩 되는 곳이 있던데 이것은 전국적인 현상이다. 수요자는 살던 집이 안 팔려서 입주를 못하고 사업자는 잔금을 받지 못해 어려워진다. 전체적으로 보면 지방은 매우 어려워지고 있고 버블 세븐 지역은 정부 주장의 현실화 가능성을 관망하고 있는 상태다. ▦김 소장=현재 주택시장에 대한 진단이 조금씩 다르지만 공통분모는 '관망세가 짙어지고 있다'는 것 같다. 버블 논쟁이 곧바로 가격에 영향을 미치기보다는 관망 단계를 거쳐가고 있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과연 버블이 존재하는지, 있다면 전국적 현상인지 국지적 현상인지, 근거는 무엇인지를 논해보자. ▦지 연구원=지금의 버블 논쟁은 지나친 기대심리에 의해 거품이 더 커지게 되면 결국 터질 가능성이 더 높아진다는 점을 경고하는 성격이 강하다. 지난 2003년 10ㆍ29대책 이후 집값이 조정을 받았지만 강남은 여러 이유로 계속 상승하고 있다. 이미 강남의 입지적 우수성 등이 충분히 반영된 가격인데도 추가 상승에 대한 기대치가 커서 과거의 고점보다 많이 올라 있다. 전세가격 대비 매매가 비율을 따져봐도 타 지역보다 점점 높아지고 있다. 자산규모가 워낙 크거나 주거환경 자체에 만족을 느끼는 사람은 가격등락의 영향을 덜 받는다. 그러나 연구 결과 월소득이 775만원인 사람이라도 대출을 받아 8억원 이상 고가주택을 구입하는 것은 무리인 것으로 나타났다. 가격이 더 상승하면 급락할 수 있기 때문에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정확한 시장정보를 사전에 제공할 필요가 있다. ▦고 팀장=부동산 가격은 인구와 통화량이 증가할 때 함께 오른다. 강남은 그런 조건에 부합하는 지역이어서 대기수요가 많다. 최근 분위기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살기 좋은 곳에 내 집 마련을 하겠느냐 살기가 좀 불편해도 투자가치가 있는 곳에 사겠느냐고 물으면 대부분 후자를 원한다. 그것이 요즘의 내 집 마련 트렌드다. 지난해 홍콩에서 분양된 한 주상복합은 분양가가 평당 1억1,000만원이었다. 강남 사는 사람들의 부(富)는 급속히 팽창하고 있다. 국내 실정에서 내재가치만 놓고 부동산 거품을 따지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 버블이냐 아니냐를 고민하기보다는 강남의 수요를 분산ㆍ대체할 수 있고 국민에게 믿음을 줄 수 있는 대책이 시급히 나와야 한다. ▦김 부회장=미국의 수전 왁터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교수는 최근 "한국의 주택가격에 거품은 없다"고 했다. 한국은 오히려 강력한 규제가 가격상승의 원인이 되고 있어 버블이 아닌 규제에 의한 가격이라고 주장한 것이다. 버블과 유사한 개념이 폭리, 즉 부당이득이다. 누가 상품을 100원에 팔았는데 시장에 가서 보니 80원밖에 안하는 물건이었다고 하면 20원만큼 부당이득을 취한 것이다. 10억원짜리 집에 2억원만큼의 버블이 있다면 시장에 내놓았을 때 8억원밖에 받지 못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 10억원짜리 집은 10억원에 내놓아도 거래가 된다. 매도자와 매수자가 엄연히 존재하는데 버블이라고 얘기할 수 있나. 한국의 주택가격만 엄청나게 올랐다는 말도 맞지 않다. IMF를 겪으면서 크게 하락했던 가격이 2003년부터 오르기 시작한 것인데 선진국들은 같은 기간 동안 90~95%씩 올랐다. 주택가격 상승이 전세계적 현상인데도 정부는 우리만의 현상이라고 잘못 진단했기 때문에 문제가 됐다. 3년 전 일본 도쿄에 갔을 때 보니 집값이 평당 2억원씩 하더라. 오사카도 평당 1억원이다. 10년 불황의 끝자락에 있는 일본에서도 고급주택의 가격이 이 정도다. 1인당 국민소득이 우리보다 3배 높다는 점을 감안해도 강남이 평당 5,000만원이면 일본보다 싼 것이다. ▦지 연구원=버블이라는 개념에 다소 혼선이 있는 것 같다. 미국은 집값이 90%나 올랐고 우리는 고작 50% 올랐을 뿐인데 미국은 왜 조용하고 우리만 시끄러운 것인가. 정부가 인용하는 국민은행의 주택가격동향지수는 실거래가가 아닌 호가를 기준으로 만든 종합주가지수 방식이다. 미국은 모기지론 등을 통해 실제 이뤄진 거래가격으로 상승률을 산정한다. 미국의 실거래가 지수는 상품성이 낮아 거래가 안되는 상품의 동향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기 때문에 모든 주택의 호가를 조사하는 우리보다 상승률이 높게 나올 수밖에 없다. 선진국과 상승률 수치를 똑같이 비교할 수는 없다는 뜻이다. 어쨌든 전세계적 가격상승은 분명한 현상인데, 한편으로 전세계적 하락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가장 큰 매개고리가 저금리다. 우리도 지방은 해외에서 나타나는 것처럼 이미 가격조정 국면을 겪고 있지만 강남은 아직 아니다. 강남에 대기수요가 많다고 하는데 그 가격이 상식선을 벗어나게 되면 받아들이기 힘들다. 주택구입가능 지표로 쓰이는 'PIR(소득 대비 집값)'를 보면 2001년까지는 주택가격이 안정세였던 반면 소득 증가폭은 컸기 때문에 주택구입이 쉬웠다. 그러나 최근 주택가격 상승폭이 소득 증가폭을 앞지르면서 이 수치가 높아져 주택구입 가능성이 크게 떨어졌다. 수요가 2~3년 전보다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버블은 꺼져봐야 버블인지 안다고 하는데 버블이냐 아니냐보다는 가격이 지나치게 많이 오르고 있다는 데 주목해야 한다. ▦김 소장=김 부회장과 고 팀장은 강남 지역의 특수성과 해외 상황을 볼 때 버블이 크지 않거나 없다는 주장이고, 지 연구원은 소득수준이나 상승률을 감안하면 버블이 상당한 수준이라고 판단하는 것 같다. 집값이 올 봄에 많이 오른 것은 사실이고 버블 논쟁 이후에도 떨어진 것이 아니라 상승률이 둔화됐을 뿐이다. 시장이 별로 반응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더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봐야 하나. 더 오른다고 해도 버블이라고 보기 힘든가. ▦고 팀장=할인점에서 1만원에 살 수 있던 갈치가 갑자기 10만원이 됐다면 먹고 싶어도 살 수가 없다. 그러나 1만원에 10마리를 준다고 하면 누구든 사게 돼 있다. 이것이 바로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 수요와 공급의 원칙이다. 정부는 수요자들이 원하는 지역에 집을 공급해줘야 하는데 실제 공급은 수요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제대로 된 공급대책이 나오기 전에는 집값 상승세가 꺾이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판교 같은 곳 말고 진정으로 강남을 대체할 수 있는 공급대책이 나와줘야 한다. 강남에 넘쳐나는 부동자금을 어떻게 회수할지도 문제다. 부동자금을 다른 곳으로 유인하겠다고 내놓은 게 고작 100만달러까지 해외투자를 허용한다는 것이다. 돈 있는 사람들은 이미 해외 부동산을 다 사놓았다. 지금 해외투자 움직임이 있다는 건 '나도 한번'하고 기웃거리는 수준이다. 부자들이 왜 부동산을 사려 하느냐를 면밀히 고민해봐야 한다. 자녀에게 현금으로 물려주면 세금을 많이 내는데 부동산을 물려주면 세금이 적다. 여기서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 부자들이 안심하고 국공채나 금융권 장기상품에 투자할 수 있게 하고 증여ㆍ상속에 세제 혜택을 준다면 부동산 수요를 다른 쪽으로 유인할 수 있을 것이다. 지난해 8ㆍ31대책 발표 직후 한 토론회에서 정부측 인사는 '2~3년이면 가격이 내린다'고 주장했지만 저는 11월부터 다시 오를 테니 부동산을 사라고 했다. 결과적으로 제 말이 맞았다. 돈이 많든 적든 내 집 마련을 꿈꾸는 사람들이 가장 선호하는 주거형태는 40평대에 사는 것이다. 그런데도 정부가 20평대만 지어대면 수요가 흡수되나. 국민과 정부의 생각이 엇나가고 있다. 숫자 놀음이 아닌 국민에게 믿음을 줄 수 있는 정책이 나와야 한다. ▦김 소장=정부 대책들이 유효적절하지 않아서 앞으로 집값이 더 오를 수 있다는 뜻인가. ▦고 팀장=정부의 명확한 시그널이 없으면 더 오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고, 더 오른다고 해도 버블이라고는 할 수 없다는 뜻이다. ▦김 소장=버블이냐 아니냐에 대한 판단이 서로 다른데 굳이 버블이란 표현을 쓰지 않더라도 오르는 가격은 한번씩 조정을 받게 마련이다. 어떤 조건과 계기에 의해 가격이 떨어질 수 있다고 보나. ▦김 부회장=정부의 버블론은 속단이다. 크게 세 가지 이유로 향후 강남 집값은 현상유지하거나 상승할 것으로 전망한다. 첫째는 7월부터 시행되는 재건축 개발이익환수제도다. 개발이익을 환수당하기 때문에 재건축 아파트의 분양가는 더 오를 수밖에 없다. 분양가가 비싸지면 기존 주택은 그보다 더 오른다. 두번째는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뚝섬 주상복합이다. 땅값이 워낙 비싸서 분양가가 평당 4,000만원은 돼야 한다는데, 객관적으로 강남 집이 강북보다 쌀 이유가 없다. 뚝섬이 강남의 집값 하락을 막는 지주 역할을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집을 싼 값에 팔려면 집 가진 사람들이 밥을 굶을 정도의 위기에 처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아예 팔지 않거나 지금 가격에 팔려고 장기간 기다린다. IMF를 겪으며 부도가 날 때는 집을 싸게 팔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먹고 살기에 지장이 없는데 거액의 양도소득세를 내면서까지 싸게 내놓을 이유가 없다. 예전 일본의 주택정책 당국자와 대화를 나눴는데 금융제도를 통해 집값을 잡으려다가 너무 잡히는 바람에 붕괴 사태가 왔다고 하더라. 우리도 세금과 금융으로 시장을 통제하려다 보면 주택시장이 붕괴될 가능성이 있다. 사실 버블 붕괴를 가장 걱정해야 하는 것이 정부인데 지금 정부가 나서 붕괴를 유도ㆍ조장하는 인상을 주는 것이 이해되지 않는다. 버블이 있든 없든 시장의 기능을 살려서 자율적으로 연착륙되도록 정책을 펴는 게 가장 바람직하다. ▦지 연구원=가격을 떨어뜨리기 위한 정책이 돼서는 안된다. 직접 규제를 가하기보다는 향후 가격이 급속이 떨어질 것을 우려해 국민에게 정확한 시장정보를 주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다. 버블 경고가 나왔는데도 버블이 꺼지는 사태가 발생해서는 안된다. 개인적으로 버블이 붕괴될 가능성은 매우 적다고 생각한다. 다만 다양한 정보가 제공되고 있는데도 시장 참여자들이 '계속 오른다'는 기대로만 가득 차 있을 때 거품은 꺼질 수 있다. 평당 1억원까지 갈 수 있다는 기대심리가 커질수록 거품도 커지고 결국 터질 가능성도 높아진다는 얘기다. 가격이 지금보다 더 높아지면 금리상승이나 외국 주택가격 동향 등 현재 수준의 외부요인 정도만 와도 거품이 터져버릴 수 있다. 강남이 계속 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보다는 시장상황과 참여자에 의해 변화할 수 있다는 믿음이 생겨나야 한다. (정부가) 구두개입한다고 비판하는데 말로서가 아니라, 또 규제정책을 편다면 그것이 더 문제다. 더 이상의 규제보다는 정부든 민간 연구소든 정확한 정보를 알려주는 것이 정부 입장에서도 방임하지 않는 것이라고 판단하는 듯하다. ▦김 소장=버블에 대한 관점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처방도 다를 수밖에 없다. 연착륙이든 주택시장 정상화든 앞으로 정부 정책에 반영돼야 할 과제가 무엇인지를 토론해보자. ▦김 부회장=강남이 오르는 게 투기수요가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면 시장을 잘못 보는 것이다. 지금의 조세정책하에서는 강남 집을 사서 이익을 보기 어렵다. 강남 진입을 노리는 실수요자가 상당수 존재하는데 정부는 공급을 맞출 생각은 안하고 무조건 집값만 잡겠다고 한다. 정부 정책에 대한 불신은 국민 스스로가 가진 게 아니라 정부가 그렇게 만들어온 것이다. 시장기능이 회복되지 않는 한 정부가 가격을 올리거나 내리거나 할 수 없는데도 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시장에 혼란을 초래했다. 시장은 공급자와 수요자, 매도자와 매수자가 상호 작용하는 곳이다. 공급도 단순히 신규공급만 생각해서는 안된다. 주택시장의 80% 이상은 기존 주택 거래다. 기존 주택과 신규 공급을 막고 금융ㆍ세제로 매수까지 억누르니 시장이 죽어버렸다. 일부 지역의 부녀회 담합을 얘기하는데 담합 가격은 그들의 희망사항이지 시장가격이 아니다. 정부가 왜 민감하게 반응하는가. 주택정책의 교과서적 방향은 연령과 자녀성장, 소득에 맞춰 집을 단계적으로 늘려 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집을 한번 가지면 주거복지 정책에서 일단 배제된다. 프랑스 같은 국가에서는 집 있는 사람이 다른 집을 또 사겠다고 하면 특별융자를 해주고 세금을 깎아준다. 있는 자들이 없는 자들의 집을 해결해주니 사회사업가로 대접하는 것이다. ▦지 연구원=우리 역시 주거복지 차원의 정책과 긍정적 성과가 많이 나왔는데도 불구하고 가격안정 정책만 지나치게 부각돼 있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강남 아파트값을 잡겠다고 더 이상 외치지 않아도 좋을 것 같다. 개발이익 환수나 세제 등의 장치가 마련돼 있어 억지로 가격을 잡기보다는 시스템을 세련되게 다듬는 정책이 필요하다. 어느 국가든 모든 사항을 시장에만 맡겨놓을 수는 없다. 강남 집값이 정상이냐 비정상이냐를 논의하는 것 자체가 가격안정을 위한 상황이라고 본다. 정부가 더 많은 정책과 대안을 내놓기보다는 시장의 움직임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지속적으로 제공하는 것이 더 의미가 있다. ▦고 팀장=참여정부 들어 굵직굵직한 부동산대책들이 나왔지만 세제를 앞세운 규제 일변도였던 것은 사실이다. 조세정책 외에 추가적인 공급확대 정책도 도입돼야 할 것이다. 되짚어보면 조세정책에 따라 시장이 변화무쌍하게 움직이다 보니까 전세시장이 축소되고 월세가 늘어나는 등 무주택 서민들이 피해를 입기도 한다. 앞으로는 조세정책이 좀 유연해졌으면 한다. 또 규제 때문에 오히려 가격이 오르는 현상이 없지 않아 있는데 규제하기 전에 모든 것을 시장경제 원리에 맡겨봤으면 하는 생각이다. 금융정책 역시 무조건적 규제가 아니라 소득별ㆍ계층별로 차등화되는 유연한 정책이 아쉽다. ▦김 소장=현재의 부동산시장 상황은 그다지 낙관적이지 않은 것 같다. 이는 몇몇 지역의 집값을 잡는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부동산시장의 왜곡이 거시경제에 유발하는 악순환을 선순환으로 바꾸기 위한 비전과 전략이 필요한 것 객? 참여정부 임기가 절반이 지났는데 마무리한다는 차원이 아니라 다음 정권에서도 실현될 수 있는 선순환의 작업을 시작해야 한다는 말로 오늘 좌담을 마무리했으면 한다. 입력시간 : 2006/05/24 18:07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