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브프라임發 최악위기 끝났나?

美·유럽 대형銀1,000억弗규모 부실 속속 털어
금융기관 부도위험 CDS 프리미엄도 최근 급락
전문가 "이제는 신용회복 단계" 주장 잇달아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발 글로벌 은행 위기는 최악의 사태를 모면했는가. 연초만해도 미국ㆍ유럽의 은행들은 대규모 자산상각을 단행하면서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지 못해 중동 산유국과 중국의 국부펀드에 자금을 구걸해야 했다. 그러던 대형 은행들이 최근 들어 연이어 거액의 자금조달에 성공하고 이들 금융기관에 대한 부도 프리미엄이 급락하는 등 글로벌 시장의 분위기가 사뭇 달라졌다. 이런 가운데 서브프라임 신용위기의 충격이 가시고 있다는 주장들이 잇따르고 있다. 24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최근 몇 주 사이에 메릴린치ㆍ씨티그룹ㆍ도이체방크 등 주요 글로벌 은행들이 1,000억달러 규모의 부실을 속속 털어내면서 금융시장 환경이 크게 개선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유럽 최대 은행 도이체방크는 지난주 50억달러 규모의 레버리지론 매각계획을 발표한 데 이어 다음주 비슷한 규모의 레버리지론 추가 매각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앞서 미국 최대 은행인 씨티그룹도 차입인수(LBO)와 연계된 120억달러의 레버리지론을 매각했으며 메릴린치도 채권과 우선주 발행을 통해 95억5,000만달러를 조달했다. 스위스의 스위스연방은행(UBS)도 10년 만기채 25억달러어치를 매각했으며 와코비아도 변동 또는 고정금리부 채권을 팔아 35억달러를 조달했다. FT는 이처럼 대형 금융기관들의 채권 매각 소식은 과감한 부실 털기를 통해 신용시장의 건전성을 회복하는 고무적인 신호라고 해석했다. 금융기관의 부도위험을 나타내는 크레디트디폴트스와프(CDS) 프리미엄도 최근 급락했다. 시장조사기관인 마킷그룹에 따르면 25개 유럽계 금융기관의 부도위험을 반영하는 아이트랙스(iTraxx) 금융지수는 금융위기가 최고조에 달했던 5주 전 1.6%포인트에서 최근 0.615%포인트로 급락했다. 이는 1,000만유로에 대한 향후 5년간의 연체 보증비용이 지난달 중순 9만9,000유로에서 6만1,500유로(약 9만7,800달러)로 감소했음을 의미한다. 이에 따라 JP모건ㆍ씨티그룹ㆍ메릴린치 등 월가 대형 투자은행들이 발행한 선순위채권의 CDS 프리미엄도 5주 전에 비해 각각 58%, 59%, 51%나 하락했다. FT는 베어스턴스 매각 사태를 고비로 각국 중앙은행의 금리 인하와 유동성 공급조치들이 효과를 발휘하고 금융기관들의 부실 털기가 가속화하면서 금융권의 신뢰도가 강화됐다고 설명했다. 모건스탠리의 금융전략가 닐 맥리시는 “시스템 리스크의 관점에서 이제 최악의 시기는 지난 것으로 보인다”며 “금융기관들은 이제 신용주기상 회복 단계에 들어서기 시작한 것 같다”고 말했다. 비크람 팬디트 씨티그룹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위기의 끝이 가까워졌다”는 견해를 밝혔고 신용평가회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의 수석 투자전략가 샘 스토벌도 “지금껏 경험해온 하락세는 이제 끝났다”고 말했다. 앞서 JP모간체이스의 CEO 제이미 다이먼, 리먼브러더스의 리처드 펄드와 골드만삭스의 로이드 블랭크페인, 모건스탠리의 존 맥 등도 비슷한 견해를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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