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시장 선순환 뚜렷] 경기회복 맞물려 기업돈줄 활기

은행·사금융 대출확대, 투신까지 CP매입 적극자금시장의 각종 지표들이 새해 들어 확연히 좋아졌다. 9ㆍ11 테러사태 이후 급속하게 확산됐던 시장의 냉기류가 가시고 경제지표와 실물경기 회복에 이어 자금시장까지 온기가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일방적인 낙관론을 펴기엔 무리라는 견해도 만만찮다. 현안 기업 처리가 줄지어 있는 등 경제전반에 '지뢰밭'이 깔려 있고, 자금시장 자체적으로도 1분기중 회사채 만기가 몰려 있는데다 지난해 시장을 지탱했던 회사채 신속인수제도 사라졌기 때문이다. 결국 현 자금시장은 선순환으로 진입하는 초기단계에 들어섰다고 보는게 옳으며, 안정단계에 들어서기 위해서는 1분기를 어떻게 넘어서느냐가 고비가 될 전망이다. ◇ 선순환 계기는 마련 자금시장의 지표들은 분명 지난해 하반기와는 다른 양상이다. ▦당좌한도 소진율이 감소(11월:13.3%→12월:11.5%)하고 ▦국고채와 우량 회사채(AA- )간 금리차이(11월:1.31→12월:1.13%)가 좁혀지는 등 지표 대부분이 호전되고 있다. 프라이머리 CBO(채권담보부증권)에 편입된 기업들의 회사채를 제외한 회사채시장은 지난 6월 2조8,618억원의 순발행액을 기록한 이후 줄곧 상환이 발행보다 많은 악순환 형세를 이어왔다. 특히 9ㆍ11 테러 이후엔 상환액이 급속도로 증가, 연말 자금 대란설까지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일단 지난 12월에 3개월만에 그 흐름이 꺾였고, 특히 12월 상환분 또한 기업들의 자발적 요인에 의한 것이어서 낙관적 기대를 키우고 있다. 특히 그동안 시장을 억눌렀던 일부 중견기업 부도 루머가 현저하게 사라졌다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지난해 중반까지 경기 불확실성 때문에 무조건적 현금 비축에 나섰던 기업들의 자세도 바뀌고 있는 조짐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기업들이 수중에 현금을 들고 있다기 보다는 만기 돌아오는 회사채를 갚는 경향이 큰 것으로 파악됐다"고 설명했다. ◇ 넓어지는 기업 자금 조달통로 지난해 기업들의 자금통로는 은행이 대부분이었다. 대상도 우량기업에 국한돼 있었다. 그러나 상황은 새해들어 확연하게 달라지고 있다. 우선 투신권이 기업자금 조달에 나섰다. 투신권은 연초 들어온 MMF(머니마켓펀드) 자금을 운용하기 위해 단기 자금인 CP(기업어음)을 적극 매수하고 있다. 은행들의 기업 대출도 많아지고 있다. 한 시중은행 여신담당자는 "기업들의 설비 투자 의욕이 살아나면서 거액 대출을 의뢰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며 "BIS(국제결제은행) 비율에 여유가 생겨 보다 적극적으로 대출에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 사금융시장도 활기 지난 5일 만난 명동 사채 시장의 한 관계자는 최근 자금시장이 분명 달라졌다고 설명했다. 코스닥 등록기업들까지 자금 마련을 위해 달려 들고, 전주(錢主)들은 어음이 없어 못사는 등 대출의욕이 상당히 커졌다는 것. 중앙인터빌에 따르면 상장기업중 거래가 확실히 보장되는 A급 어음 비중은 지난해 초 전체 거래기업중 189개(41%)였던게 연말 322개(60%)까지 올라갔다. 사채시장내 상장사 평균 어음할인 금리도 연초 월 0.933%에서 지난해말엔 0.878%까지 떨어졌다. ◇ 선순환 구도 정착될까 올해 전체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는 31조원. 지난해에 비해 15조원이나 줄어들었다. 특히 하반기에는 11조원 만기에 상환에 부담이 되는 투기등급채권 규모도 1조원 수준으로 대폭 줄어든다. 예보채 발행불량도 지난해 48조원에서 올해는 31조원으로 줄어든다. 경기 회복 국면까지 감안할 때 일단은 대세 안정으로 봐도 될 것 같다. 문제는 8조5,000억원의 회사채가 몰려 있는 1분기다. 이중 3조원이 BBB- 등급 이하로 차환 발행이 힘겨운 기업들이다. 이들은 시장 상황이 조금이라도 나빠지면 언제라도 무너질 수 있고, 이는 시장에 다시 먹구름을 안길 수 있다. 또 하나의 위험요인은 물가와 금리다. 정부는 올해에도 물가가 급상승할 위험은 없다고 하지만, 선거철을 앞두고 있는데다 각종 공공요금 인상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어 낙관할 수 없는 형편이다. 금융연구원 관계자는 "자금시장 전체는 낙관적 요인이 앞선다"면서도 "현재의 선순환 조짐이 안정단계로 들어서기 위해서는 1분기에 어떤 시장정책을 펼쳐나가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영기기자 이연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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