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말부터 국내 증시 반등을 이끌었던 프로그램매매가 최근 들어 주춤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프로그램 순매수에 힘입은 지수상승이 마무리되고 있는 것으로 진단하고 앞으로 종목별 차별화 현상이 두드러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프로그램 매수차익 잔액은 27일 현재 4조3,725억원으로 2009년5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7월27일 이후 외국인을 중심으로 5조1,423억원어치에 달하는 프로그램 차익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이달 들어 잔액 규모가 17배 가까이 급증한 것이다. 이 기간 프로그램매매 전체로는 9조6,752억원에 달하는 뭉칫돈이 유입되며 코스피지수를 한때 1,950선까지 끌어올리기도 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프로그램 매수에 힘입은 상승 랠리가 마무리 국면에 접어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달 6일 이후 13거래일 연속으로 이어졌던 프로그램 순매수 행진도 최근에는 주춤한 모습이다. 24일 657억원 순매도를 기록한 데 이어 이날도 매도 물량이 543억원 더 많았다.
이날 출회된 물량은 대부분 국가ㆍ지자체 물량이지만 프로그램 매도로 베이시스가 급격하게 축소될 경우 그동안 프로그램 위주로 주식 비중을 늘려왔던 외국인이 물량을 대거 내놓을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전망된다. 코스피200 현ㆍ선물 베이시스는 이날 0.98로 이론 베이시스(0.37)와의 스프레드가 빠르게 좁혀지고 있다. 이날 장중 한때는 0.6포인트대까지 좁혀지기도 했다. 김지혜 교보증권 연구원은 "최근 외국인은 선물시장에서 뚜렷한 방향성을 보이고 있지 않지만 선물가격이 현물가격보다 낮아지면서 베이시스가 백워데이션으로 전환하거나 0.5포인트 이하로 떨어져 청산 가능 영역에 진입할 경우 그간 사들였던 물량을 대거 내놓을 가능성도 있다"고 분석했다.
현재 증시에 남아 있는 프로그램 매수차익 잔액은 4조원이 넘는다. 김현준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1~2월 외국인이 대규모 프로그램 순매수에 나섰다가 5~6월에 4조원 이상의 매도물량이 쏟아져나오면서 증시하락을 야기한 사례가 있다"며 "한 달여간 이어진 프로그램 매수세가 펀더멘털 개선보다는 정책기대감에 따른 것이었던 만큼 뚜렷한 경기부양 정책이 나오지 않는다면 증시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프로그램 장세가 마무리되면서 앞으로 종목별 차별화 장세가 전개될 것으로 분석된다. 김철중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프로그램매수가 집중됐던 시기에는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 가운데서 실적 모멘텀 없이 오른 종목들이 많았는데 프로그램 매도로 전환된다면 이들 종목의 약세가 두드러질 수밖에 없다"며 "프로그램 매도가 이어지는 가운데서도 뚜렷한 실적 모멘텀을 갖춘 종목들로 현물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차별화되는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