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엔론 "美엔론사태 끄떡없어요"

'엔론사태 터졌어도 SK엔론은 잘 나갑니다.'미국 엔론사가 '한국식 부실경영'으로 파탄을 겪자 엔론의 한국출자사인 SK엔론이 어떤 악영향을 받을 것인지 주목을 끌었다. SK엔론은 이에 대해 현재까지 '강 건너 불'보듯 한가로운 자세다. 오히려 속내를 들여다보면 미국 엔론사태를 즐기는듯한 모습이다. SK엔론은 미국 엔론이 2억4,000만달러를 출자하고 SK㈜가 현물출자해 정확하게 50대 50의 지분으로 지난 99년1월 설립한 도시가스 회사. 미국의 엔론사태가 불거지자 국내 유일의 합작법인이란 점에서 눈길을 모았다. 가장 두드러진 관심은 모기업의 '좌초'가 어떤 악영향을 끼칠 것인가라는 점. 적어도 이 부문에 대해서는 걱정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 회사측 설명이다. SK엔론 관계자는 "일부 주변에서 엔론사태 때문에 기업운명에 나뿐 영향이 오는 것은 아니냐는 식의 문의가 심심찮게 오고 있다"면서도 "사업 영역이 기업 이미지에 좌우되지 않는 도시가스, 열병합발전 및 LPG 수입판매이기 때문에 미국 본사의 사태에 흔들릴 이유가 전혀 없다"고 가볍게 일축했다. 실제로 SK엔론은 도시가스 사업장 9개, 열병합발전 사업장 1개, LPG수입판매 사업장 1개 등으로 구성돼 미국 엔론사태의 영향보다는 국제 유가동향에 민감할 뿐이다. 기업부실이 확인될 때마다 감초처럼 등장하는 금융기관의 자금회수 압박도 엔론의 파트너 기업으로 SK㈜가 버티고 있어 문제가 되지 않는다. SK측은 오히려 미국 본사가 50%의 SK엔론 지분을 어느 기업으로, 얼마에 넘길 것인지에만 관심을 쏟고 있다. SK측은 이와 관련, "엔론사 채권단이 현재 쉘, 엘파소, 프렉터벨 등 3~4개사와 지분양수도 협상을 진행하고 있어 이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며 "합작 조건상 만약 지분을 넘겨야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파트너에게 우선매입권을 부여한다는 조항을 넣어놓았다"고 밝혔다. 쉽게 말해서 엔론 채권단은 특정 업체와 지분 양수도 계약을 맺으려면 우선적으로 SK㈜에게 같은 수준의 매매가격을 제시해야만 하는 것이다. 이는 여차직하면 외국기업이 아닌 SK측이 지분을 인수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현재로서는 인수희망업체의 움직임이 적극적이지 않은 상태. SK측도 상황을 관망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금액이 문제다"며 "엔론 채권단이 지분을 매각하는 과정에서 그동안의 프리미엄을 과도하게 붙인다면 지분을 인수하게될 회사의 파트너십만 점검하면 되지만 적정수준의 프리미엄이라면 아예 인수할 수도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SK측은 다만 현재 도시가스사업이 규제완화 대상이어서 진입장벽이 낮아질 것이고 이는 앞으로 경쟁이 심화될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지분을 인수할 상황이 된다해도 여러가지 변수를 고려해 신중하게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엔론측은 회계부실 사태가 발생하기 이전에 SK엔론 투자지분을 회수하기 위해 준비해왔던 것으로 확인됐다. SK엔론 기획개발팀 관계자는 "엔론측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자산실사작업을 실시했었다"며 "엔론 채권단측은 이미 지분 매각에 필요한 자료를 모두 갖고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용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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