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십자각] 경제청문회에 거는 기대

崔性範정경부차장경제청문회가 18일부터 한달간 개최된다. 지난 1년동안 IMF체제의 캄캄한 터널 속에서 뼈를 깎는 고통을 감내해야 했던 국민들은 마음 속에 「분노의 돌팔매」를 간직하고 이번 청문회를 지켜보고 있다. 관치경제 재벌경제가 누적된 결과 IMF체제가 초래됐다는 점을 국민 모두가 어렴풋이 인식하면서도 환란을 앞둔 상황에서 과연 누가 잘못을 저질렀는지를 파헤치고 한(恨)을 풀고 싶은 게 국민들의 심리인 듯하다. 하지만 국민들이 높은 기대를 걸고 있는 만큼 경제청문회에서 후련한 결과가 나올 수가 있을까. 물론 국민들이 눈을 치켜뜨고 지켜보고 있는 만큼 경제청문회가 적지 않은 성과를 남길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국민들이 생각하는 만큼 환란의 원인이 확연하게 드러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단언할 수 있다. 환란주범을 찾아내기도 마찬가지다. 환란이란 결국 잘못된 시스템의 총체적결과이기 때문이다. 시스템이 잘못돼 있을 경우엔 그 구성원이 어떻게 하건 간에 그 결과는 나쁘게 나타나게 마련이다. 몇몇 사람의 잘못에만 눈을 돌려선 진짜 원인 즉, 시스템상의 오류는 드러나지 않는다. 환란을 초래한 시스템상의 오류는 무얼까. 우선 시장경제를 신뢰하지 못하고 구시대적인 계획경제에 집착했다는 점이 환란을 초래한 가장 근본적인 이유다. 김영삼(金泳三)정부의 신경제5개년계획이 단적인 예. 이 계획에 의할 경우 한국경제의 98년 1인당 GDP는 1만5,000달러. 물론 이 수치는 「전망」이라는 사족을 달고 있지만 실제는 「목표」였다. 한국경제의 경쟁력은 약화되고 경상수지 적자는 누적돼 시장에 맡길 경우 평가절하가 불가피한 데도 1인당 1만5,000달러라는 목표를 달성하기에 급급해 환율을 사실상 원격조정했다. 그 결과는 이미 아는 대로다. 시장을 경시하는 과거의 시스템에만 매달린 업보다. 애시당초 시스템설계가 잘못된 것이다. 또한 시스템 운영상에도 적지 않은 오류가 있었다. 선진화된 시스템일수록 견제와 균형, 그리고 내부통제의 원리가 제대로 작동되지만 우리의 경우는 그렇지 않았다. 환란이 다가오고 있는데도 그 실상은 극소수만 쉬쉬하면서 감추고 있었던게 환란전후의 우리현실이다. 결국 리스크관리라는 중요한 개념이 시스템운영상 도입되지 않았고 견제와 균형조차 이뤄지지 않았다는 이 환란에 무방비로 노출됐다고 할 수 있다. 재벌 총수들이 견제를 받지 않은 채 독단적인 의사결정으로 경제위기를 초래했다는 점도 결국 같은 맥락이다. 서울대 송병락교수는 『경제는 인치가 아니라 시스템』이라고 지적한다. 시스템을 제대로 갖추지 않은 채 사람들게만 맡겨선 인적 오류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얘기일 것이다. 이번 경제청문회가 개개인의 잘못을 찾아내는 데 매달리기보다는 시스템의 오류를 찾아내고 보완책을 마련하는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할애하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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