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새로운 공직자상, 이주영 장관 사례서 보라

국무총리 후보자 지명에 이어 개각이 임박함에 따라 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의 거취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여권 내에서는 이 장관이 세월호 사고의 주무부처 장관이고 범정부 사고대책본부장이기 때문에 교체가 당연한 것으로 보고 후임을 물색하고 있다. 본인도 사퇴 의사를 분명히 했지만 새누리당뿐 아니라 야권에서도 이 장관의 유임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세월호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지 못한 책임과 초기대응에 실패했다고 희생자 가족들과 여론의 뭇매를 맞던 사고 초기와는 평가가 극과 극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세월호 사고 발생 이후 57일 동안 진도 팽목항 현장을 지켜온 그의 진정성 있는 행보는 주목할 만하다. 그가 보여준 처신은 주변을 감동시키기에 충분하다. 이 장관은 현재도 간이침대에서 자고 김밥 도시락으로 식사를 해결하면서 희생자 인양작업과 사후처리를 종합 지휘하고 있다. 트레이드마크가 된 덥수룩한 수염과 검은색 점퍼 차림의 모습이 익숙해지면서 처음에는 분노하던 실종자와 피해자 가족들이 오히려 이 장관에게 감사하고 고민과 애로를 토로하는 등 마음을 열어가고 있다. 진보진영 논객인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그의 낮은 자세와 묵묵한 모습을 배우고 싶다"며 "이런 사람이라면 유임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힐 정도다.

이 장관이 팽목항에서 보여준 모습은 우리 공직사회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실종자 가족에게 멱살을 잡혀도 피하지 않았던 그의 몸가짐과 끝까지 현장을 지킨 성실함, 희생자 가족의 눈높이에서 접근한 소통이 국민에게 깊은 감동을 주고 있다. 지금 공직사회의 개혁이 화두다. 하지만 정부조직 등 외형뿐 아니라 소프트웨어까지 바꿔야 개혁이 완성된다는 점을 이 장관의 사례에서 참고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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