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총리-강신호 전경련회장 회동] 투자유도해 성장ㆍ고용 두 토끼 잡기

이헌재 경제부총리의 `경제살리기` 구상이 점차 구체화되고 있다. 이헌재 부총리가 22일 강신호 전경련회장과의 전격 회동에서 `창업형 투자`에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데에는 기업가정신을 북돋아야 경제가 활력을 되찾는다는 그의 경제철학이 깔려 있다. 기업의 창의력과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해 투자를 이끌어낸다는 방안은 이헌재식 경제운용의 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방식을 통해 새로운 성장엔진을 찾아내면서 고용효과도 극대화한다는 것이다. 신임 부총리의 이 같은 구상은 이미 오래전부터 머리 속에 잡혀 있던 것으로 보인다. 지난 11일 취임 직후 성장중심의 경제정책 기조를 분명히 하면서 투자활성화에 정책 초점을 맞추겠다고 강조한 것도 이런 맥락으로 풀이된다. IMF이후 구조조정기를 거친 재계가 이제는 좀더 장기적인 안목에서 공격적인 투자 활동을 재개하고 이에 정부가 제도적으로 뒷받침해 주겠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정부ㆍ재계간의 협력과 교류확대는 이번 회동을 계기로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보여 정부의 후속조치가 주목되고 있다. ◇대기업 투자시 선별 지원한다= 이날 만남에서 두 사람은 창업의 중요성에 공감하고 기업의 투자 활성화를 위해 정부와 재계가 서로 손잡고 긴밀히 협력하기로 합의했다. 이 부총리는 “비가 내려 해갈이 되듯 재계가 창업형 투자에 적극 나서 달라”고 요청했고 강 회장은 “적극 노력하겠다”고 화답했다. 이부총리가 언급한 `창업형 투자`의 개념이 뭔지는 아직까지 정확하지는 않지만 대체로 과거의 벤처기업 인큐베이터제도가 그 모델인 것으로 관측된다. 이 제도는 될성부른 벤처기업에 대해서는 정부가 공장용지와 사무공간을 마련해줄 뿐만 아니라 세제ㆍ금융등 각종 지원을 해주는 것으로 DJ정부 당시 성장동력으로 핵심 정책 수단이었다. 이부총리 의도는 이 같은 제도를 대기업으로 확대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지난해 3%성장에도 불구하고 3만개의 일자리가 줄어드는 등 `고용 없는 성장`이 현실화돼 장기적으로 고용을 늘릴 수 있는 관건은 결국 기업의 적극적인 투자활동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대기업이 기존 설비를 증설하는 데 지원하는 개념이 아니라 새로운 영역에 투자하거나 아예 분사 형태로 창업하는 투자가 해당될 것으로 보인다. 기업의 증설 투자에 대해서는 임시투자세액공제 형태로 투자금액의 15%까지 세금을 깎아주고 있기 때문에 굳이 새롭게 지원할 필요성은 많지 않기 때문이다. 이 부총리는 창업형 기업에 대한 지원을 약속하면서도 경제와 국가 전체 이익을 망각하는 `관리형 기업`에 대해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당기 순이익이나 주가 등 단기적인 지표만 신경 쓰는 기업을 관리형 기업으로 정의하면서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과감하게 투자하는 기업가 정신의 발현을 재계에 주문했다. 일자리를 늘리고 설비투자를 늘리는 기업에 대해 선별 지원하겠다는 의미다. ◇정ㆍ재, `뉴 하모니` 모색하나= 재계 안팎에서는 이날 회동이 정ㆍ재계간의 새로운 하모니를 구축하는 계기가 될 수 있지 않겠느냐는 조심스런 기대를 내놓고 있다. 전경련 관계자는 “금융감독위원장 시절 구조조정의 `악몽`을 기억하는 기업인이 적지 않았다”며 “재계는 이 부총리가 취임 이후 첫 대화 파트너로 전경련 회장을 택해 이런 우려를 상당부분 불식시킬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재계에서는 화해의 무드가 적어도 오는 4월 총선까지는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로서는 국정 과제로 떠오른 `일자리 창출`을 위해 대기업의 적극적인 투자가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검찰 수사로 궁지에 몰린 재계를 다독거릴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재계도 반기업 정서를 불식하고, 자연스럽게 규제완화라는 당근책을 끌어낼 수 있다는 점에서 손해볼 게 없다는 반응이다. 이에 따라 조만간 정ㆍ재계 수장들간의 공식적인 회동이 추가로 열리고, 후속 교류 채널도 지속적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이 과정에서는 정부는 창업형 투자에 대한 구체적인 지원 방안을 제시하고, 전경련은 이에 화답해 투자계획 등을 마련할 것으로 관측된다. 실제로 양측은 이날 회동에서 상시 대화의 채널을 가동하는 방안에 원칙적인 합의를 했다. 정부는 우선 재경부 공무원을 전경련 또는 전경련 부설 한국경제연구원에 파견하고 재경부 경제정책국 내에 전담 부서를 두는 방식으로 사실상의 인적 교류에 나설 계획이다. 전경련도 일선 기업들의 구체적인 건의 사항을 `리얼 타임`으로 정부에 전달하기로 했다. 이규황 전경련 전무는 창업 인큐베이터 방안과 관련, “일선 기업들에게 이번 제도의 취지를 설명하고 구체적인 요구사항들을 물어 볼 것”이라며 “추가 세부 사항을 정부가 수시 협의해 나갈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권구찬기자, 김영기기자 chans@sed.co.kr>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