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칼레도니아 수도 누메아의 앙스바타 비치의 해돋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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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 칼레도니아는 도전정신을 불러일으키는 새침한 여자친구 같은 관광지다.
일단 한국에서 여행을 나서기 쉽지 않은 조건이다. 동남아 리조트 휴양지에 비해서는 멀고 프랑스 자치령이라 영어보다 불어가 잘 통한다. 돈만 내면 모든 게 다 되는 휴양지들과도 다르다. 고생대 동식물까지 아우르는 원시 자연과 멜라네시안 원주민들의 전통 문화에 대한 자부심이 강하다 보니 아무리 돈을 펑펑 써대는 관광객이라도 예의가 없다면 기피대상이다. 유럽인들과 일본인들에겐 오래 전부터 '천국에 가장 가까운 휴양지'로 사랑받았지만 사실 이 나라의 주수입원은 관광이 아니다. 세계 3대 니켈 생산국으로 순도 15%의 니켈이 사방에 널려있어 이 곳 주민들을 먹이고 입힌다.
KBS 인기 드라마 '꽃보다 남자'에 등장한 이후 국내에선 신혼여행지로 각광받고 있지만 일반적인 신혼여행지처럼 리조트 체류형 관광지도 아니다. 수도 누메아에서 소나무 섬 일데뺑으로, 원시 자연의 보고 블루리버파크(야떼)로, 배나 비행기, 자동차로 계속 옮겨다녀야만 뉴칼레도니아를 온전히 즐겼다고 할 수 있다. 부지런히 자연의 볼거리를 찾아다니는 동시에 휴식도 놓치고 싶지 않은 욕심쟁이 여행자들에게 이곳이 사랑받는 이유다.
◇원시 자연 관광의 본거지
칼레도니아라는 말은 스코틀랜드의 옛 명칭에서 왔다. 1774년 남국의 섬을 처음 발견한 서양인인 스코틀랜드의 제임스 쿡 선장이 자신의 고국과 닮았다고 해서 붙인 이름이다. 뉴칼레도니아에서 바다를 중심으로 여행을 할 경우 코발트 블루의 바다가 펼쳐지는 이곳의 어디가 스코틀랜드와 닮았는지 선뜻 이해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자동차를 타고 그랑드 테르를 동서로 가로질러보면 그 이유를 알게 된다. 산맥을 따라 드넓게 펼쳐진 초원과 첩첩으로 쌓인 산이 스코틀랜드 북부 하이랜드를 쏙 빼닮았기 때문이다. 쿡 선장은 남국의 푸른 바다보다 중앙의 산맥에 더 감명받았던 모양이다.
남북 길이 425㎞, 폭 70㎞의 길쭉한 바게트 빵 모양으로 생긴 본섬 그랑드 테르는 남한의 3분의 1 크기도 안되지만 동서 지역과 남북 지역이 전혀 다른 자연환경을 갖고 있다. 본섬 중앙에는 남북으로 약 400㎞ 길이의 산맥이 뻗어있는데 이 산맥을 중심으로 서쪽은 풍부한 강수량과 무역풍으로 망그로브 나무와 니아울리 나무 등 우림이 우거진 반면 동쪽은 건조하고 산성이 강한 적토가 펼쳐져 있다. 건조림부터 열대우림에 속하는 4만여종의 식생이 뿌리를 내려 아마존, 인도-말레이시아, 파푸아뉴기니, 마다가스카르에 이어 세계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생물 다양성 지역이다.
남태평양 지역 대부분의 섬들이 화산활동으로 생긴 화산섬이지만 뉴칼레도니아는 다르다. 빙하기 이전 판게아 상태에서 뉴칼레도니아는 호주 동쪽 끝에 붙어있던 일부분으로 판의 이동과 함께 분리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같은 섬의 생성 과정은 원시 자연을 보존하기에 최적의 조건으로 작용했다. 원시 자연의 흙은 산성이 강해 붉은 적토인데 뉴칼레도니아의 본섬 중앙을 거쳐 동부로 들어서면 붉은 빛깔을 띄는 적토가 눈에 띈다. 동쪽 지역의 땅은 니켈, 코발트 등 광물질이 풍부한 강산성 토양으로 곡식을 재배하기엔 적합치 않은 대신 원시림 보존에는 적합했던 것이다.
동남아시아나 남태평양의 휴양지들과 전혀 다른 뉴칼레도니아의 진가를 알기 위해서는 수도 누메아에서 자동차로 1시간 30분 거리에 있는 동남부 야떼 지역의 블루리버파크로 가야 한다. 건조림부터 우림까지 3,000여종의 다양한 식물군을 보유하고 있으며 매년 100~200종의 식물을 새롭게 발견한다. 작년에도 127종을 새롭게 발견했다. 이곳 식물종 중 70%는 세계 어디서도 볼 수 없는 희귀종이다.
블루리버파크는 물론 뉴칼레도니아 전역에서 가장 눈여겨봐야 할 나무가 있다면 바로 하늘로 뻗은 소나무 아로카리아(Araucaria)다. 블루리버파크 전문 가이드 프랑소아 프랑은 "아로카리아 나무가 있다면 그곳이 바로 뉴칼레도니아"라고 말했다. 2억 2000만년전 지구에 처음 출현한 소나무의 원형인 아로카리아 나무는 19종의 아로카리아 수종 중 13종을 뉴칼레도니아에서 보유하고 있어 소나무의 진화과정을 그대로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공원의 하이라이트는 나무뿐이 아니다. 뉴칼레도니아의 국조이며 전 세계적으로 400여마리만 살고 있는 '날지 못하는 비운의 새' 카구가 블루리버파크에 살고 있다. 1년에 단 한 개의 알만 낳고 1부1처제라 종족 번식이 쉽지 않은데다 날지도 못해 희귀종의 조건은 모두 갖췄다. 생존을 위협하는 동물이 없어 날개가 퇴화됐다고 하는데 프랑스 점령 이후 프랑스인들이 개와 고양이를 데리고 들어오면서 카구의 피해를 컸다. 그후 지금은 개와 고양이의 파크 출입이 금지돼 있다. 위협하지 않는다면 사람 바로 옆에서도 여유롭게 걸어다닐 정도로 경계심이 없지만 위협을 느끼면 날개를 활짝 펼치며 신경질적인 소리를 내고는 잰걸음으로 사라진다.
◇숨은 절경 찾는 '보물찾기관광'
여행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뉴칼레도니아를 단순한 신혼여행지로만 오해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오히려 볼거리를 직접 찾아 나서야 하는 배낭형 휴양지"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섬 어느 곳을 가든 숨겨진 보물을 찾는 발견의 여정은 계속된다. 보석은 누메아에서 동남쪽으로 80㎞ 떨어진 일데팽(Ile des Pins)에도 숨겨져 있다.
산호초에 둘러싸인 일데팽은 길이 18㎞, 폭 14㎞의 작은 섬으로 섬 이름이 말해주듯 하늘로 뻗은 아로카리아 소나무들이 숲을 이룬 모습이 장관이다. 카메라에 담기조차 어려운 푸른 바다와 산호, 전통 배인 피로그가 풍경화를 만들어내지만 압권은 르 메리디앙 호텔이 위치한 오로 만의 자연 풀장이다. 보통 무릎 높이 물길을 따라 15분 가량 가다 보면 아로카리아로 둘러싸인 총천연색 바다가 눈 앞에 펼쳐진다.바다를 막아선 수면 높이의 바위 사이로 넘어온 바닷물이 고여 형성된 오로 풀은 맑고 투명해 머리만 집어넣어도 눈 앞에 알록달록한 물고기들이 산호 사이를 헤엄친다. 물의 염도가 강해 자연스럽게 몸이 떠 수영에 자신이 없는 사람도 물안경 하나면 몇 시간이고 버틸 수 있다.
보석 같은 섬은 프랑스 정치범 수용소가 있었다는 아이러니컬한 역사도 품고 있다. 1871년 파리코뮌이 일어나자 프랑스는 식민지가 된 뉴칼레도니아에 4,000여명의 정치범들을 보냈다. 당시로서는 프랑스에서 배를 타고 4개월 넘게 항해해야 하는 오지 중의 오지였기 때문. 1887년 국외 추방 제도가 폐지되기까지 약 3만명의 정치범들이 뉴칼레도니아에 수용됐다고 하는데 이렇게 아름다운 바다를 보며 살았을 그들이 한편으로는 부러울 정도다.
일데팽에 천주교를 전파한 선교사 생 모리스를 기리는 기념비가 있는 생 모리스 만의 풍경도 독특하다. 이국의 성직자 동상을 둘러싼 갖가지 익살스러운 표정의 토템들 때문이다. 기념비를 세울 때 토템을 함께 조각한 건지 이후에 주민들이 토템으로 장식한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멜라네시안의 전통과 프랑스 문화가 절묘하게 섞인 뉴칼레도니아 특유의 문화가 이 곳에서 만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