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희망을 말하다] 이경수 코스맥스 회장

"佛 로레알 핵심 협력사로 우뚝 5년내 伊 인터코스 넘을 것"
전세계 150여 기업에 공급 작년 매출 2400억원 달해
가족처럼 편안한 직장분위기로 매년 두 자릿수 성장가도 이끌어


2007년 500억원이 채 못되던 연 매출이 지난해 2,400억원(추정)으로 급성장한 야물딱진 강소기업. 프랑스 로레알을 비롯 미국 존슨앤존슨, 일본 슈에무라 등 해외 유수 화장품 브랜드들에게 없어서는 안될 핵심 협력사. 5년 안에 화장품 제조자개발생산(ODM) 세계 1위인 이탈리아 인터코스를 꺾겠다는 경기도 화성시 향남면의 시골기업.

일반 소비자들에게 코스맥스는 낯설다. 그러나 전세계 여성들은 코스맥스가 정교하게 빚어낸 고품질 화장품을 매일 애용한다. 이 회사 제품들은 로레알, 아모레퍼시픽 등 전세계 150여 기업을 통해 절찬리에 판매 중이다.

세계 굴지의 모 브랜드는 아예 본사 담당자가 한국 내 코스맥스 본사를 방문해 제품 콘셉부터 생산 과정 전반까지 함께 협의하는 '코스맥스 데이'를 운영 중이다. 단순한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에서 벗어나 자체 기술력을 바탕으로 화장품을'창조'해내는 전문업체이기에 가능한 얘기다.

이처럼 탄탄대로를 달리고 있는 코스맥스지만 초창기에는 많은 난관이 많았다. 이경수(66ㆍ사진) 코스맥스 회장은 동아제약, 대웅제약을 거쳐 광고회사 오리콤까지 20년을 마케팅 전문가로 살았다. 1992년 과감히 사표를 던진 그는 서울 포이동에 코스맥스 전신인 '미롯도'를 창업했다. 당장 일손이 부족한 터라 당시 이 회장은 영업을, 아내인 서성석 코스맥스 부회장은 생산을 맡았다.

1994년 공장 설립 때는 부지 확보 문제로 애를 먹었다. 처음 알아본 충청도 내 농공단지는 허가 문제로 결국 포기해야 했다. 그 다음 공을 들인 경기 화성시 내 향남제약공단에는 '제약회사가 아니다'라는 이유로 입주를 거부당했다.

이 회장은 "향남공단은 협력사와의 접근성도 뛰어나고 원료 수급도 용이한 부지라 놓칠 수 없었다"며 "결국 당시 단지에 입주해 있던 기존 30여곳 제약회사를 일일이 찾아다니며 동의를 얻은 끝에 입주에 성공했다"고 회고했다.

1997년 불어닥친 'IMF위기'는 두번째 시련이었다. 당시 이 회장은 고객사와의 고통분담을 위해 제품 납품가 동결을 자청했다. 환율 폭등으로 원료값도 고공행진 중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상당한 손해를 입었다. 이 회장은 "덕분에 IMF를 겪는 동안 우리 고객사 가운데 부도난 곳이 없었다"며 "고객과의 신뢰를 쌓아 오히려 이 시기 국내 시장점유율을 더욱 늘릴 수 있었다"고 전했다.

회사가 지금의 입지를 다지게 된 비결에 대해 이 회장은 "회사의 성장을 위해 생각했던 세가지 바람이 모두 실현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그 바람이란 ▦ 국내 일류 화장품 기업의 주력 브랜드 만들기 ▦글로벌 기업 납품사 되기 ▦이들과 향후 10년이 넘는 동반성장 파트너 관계를 구축하는 것이었다.

세가지 목표 달성을 위해 이 회장이 한 건 기본 중의 기본인 내부 역량, 즉 실력 쌓기였다. 지난 1992년 창업 때부터 코스맥스의 연구개발 인력은 전체의 3분의 1 이상이다. 올해 투자의 절반 수준을 R&D에 투입할 예정이다. 해외 유수 업체에도 뒤지지 않을 독보적인 기술력을 갖추게 된 노하우다.

아울러 이 회장은 '유연성'을 무기로 삼았다. 글로벌 브랜드의 요구와 변화에 민감하게 대응하기 위해서다. 물건이 떨어졌을 때 신속하게 재발주에 나서거나 신제품 소개 요청이 왔을 때 지체없이 글로벌 고객사로 직원을 파견하는 서비스는 일본과 유럽 등 외국계 ODM 업체들이 감히 따라오지 못한다.

이같은 노력은 고객사 확대로 이어져 코스맥스는 지난 2007년 이래 매년 두 자릿수 성장을구가하고 있다. 어엿한 국내 대표 중견기업으로 성장한 코스맥스는 올해로 창립 20주년을 맞았다. 하지만 이 회장은 별도의 기념식은 하지 않을 작정이다. 대신 이제껏 회사의 성장을 함께 이끈 직원들과 함께 조촐한 사내 체육대회를 열 계획이다.

"20년간 직장 생활을 해 보니 직장인들 마음을 잘 안다"는 이 회장은 평소 생산직 직원들과 격의없이 만나 민원을 해결해주며 직접 소통하는 CEO로 유명하다. 요란한 행사보다 직원들과의 허심탄회한 대화가 더 낫다는 이 회장의 인간적 풍모가 진하게 느껴지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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