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하오는 서반 전투에서 좌상귀를 거의 무료로 접수하고서 이 바둑을 무조건 이겼다고 생각했다. 큰 실수만 하지 않으면 된다고 굳게 믿었다. 그 판단은 잘못된 것이 아니었다. 덤까지 합치면 거의 10집은 너끈히 이기는 형세였던 것이다.
그때부터 창하오는 안전운행으로만 운행했는데 그러고서도 미세하나마 우위를 틀어쥐고 있었다. 20으로 따낸 것은 이것으로 이긴다는 확신으로 둔 수였는데 이 수가 문제였다.
더욱 확실한 수가 따로 있었던 것이다. 참고도1의 백1로 좌하귀를 보강하는 것이 급선무였다. 흑은 2, 4로 중앙을 키울텐데 그때 5로 가만히 뛰면 흑은 6으로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그때 7, 9로 탄탄하게 지키면 2집반은 충분히 이기는 바둑이었다.
당연해 보이는 백22도 실착이었다. 참고도2의 백1로 지키는 배짱이 필요했다. 흑2에서 6으로 패의 수단이 생기지만 이곳은 백이 먼저 따내는 패이고 팻감도 백이 많으므로 얼마든지 견딜 수 있었던 것이다.
실전은 흑23의 침공을 당해 문제가 퍽 심각해졌다. 검토실의 루이9단이 말했다.
“승패불명. 흐름상 흑이 유리한 것도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