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왕차관"

지경부 각종 대내외행사에 장관보다 朴차관 초청 쇄도
"자칫 불필요한 오해 받을라" 朴차관 활동 자제 업무 주력


"예전에는 장관님을 모시겠다는 요청이 많았는데 이제는 차관님을 찾네요."

요즘 지식경제부 직원들은 새삼 실세차관인 박영준(사진) 2차관의 위상을 실감하고 있다. 산업 전체를 총괄하는 부서이다 보니 국내외적으로 외부행사가 많은데 과거에는 막무가내로 장관을 초청하겠다는 곳이 많았지만 이제 박 차관을 VIP로 모시고 싶다는 요청이 쇄도하기 때문이다.

취임한 지 일주일도 되지 않았지만 지경부 전체적으로 하루에 4~5군데서 문의가 들어올 정도다. 장관이 바쁜 스케줄 때문에 소화하지 못하는 일정을 차관이 '대타'로 뛰는 게 일반적인 관례였다면 오히려 그 반대가 되는 듯한 분위기다. 대개 지경부 장관과 1ㆍ2차관은 각각 하루 평균 한두 차례 대외행사에 참석한다.

19일 지경부에 따르면 박 차관은 지난 16일 취임식 후 대내외적인 공식활동을 자제한 채 업무파악에 주력하고 있다. 한번씩 부서를 직접 찾아 직원들과 소통하고 업무보고를 받는 등 조용히 적응하는 모습이다. '쪽방 투기' 의혹에 휩싸인 이재훈 장관 후보자의 청문회 준비로 어수선한 상황에다 인사개입, 민간인 불법사찰 등의 논란으로 '왕차관'으로 불리는 만큼 불필요한 오해를 피하기 위해 개별 기자와의 만남도 자제하고 있다.

내부 직원들은 일단 실세차관의 위상 덕에 에너지ㆍ자원개발뿐 아니라 무역ㆍ투자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한다. 박 차관은 이상득 의원과 함께 이명박 정부 자원외교의 한 축으로 활약해왔고 다른 국가와의 관계에서도 청와대 '직보'가 가능해 차관의 힘이 든든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 역시 박 차관을 의식해 "차관 중에 왕(王)씨는 없다. 일 열심히 하면 실세"라고 힘을 실어줬다.

반면 한편에서는 지나치게 무게중심이 쏠릴 경우 내부 조직이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경환 장관, 안현호 1차관, 김영학 2차관 등 역대 장ㆍ차관이 유기적인 호흡을 맞춰왔던 것에 비해 상대적으로 산업정책ㆍ중소기업 등의 업무를 관할하는 1차관의 힘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박 차관은 이달 말부터 공식적인 대외활동을 벌일 예정이다. "가장 낮은 자세로 일하고 지경부 제2의 르네상스를 만드는 데 밀알이 되겠다"고 취임 일성을 밝힌 박 차관의 행보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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