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 속의 폭우… 몸짓으로 풀어낸 인생

바우쉬의 '풀문' 28~31일 공연

피나 바우쉬의 무용단 '부퍼탈 텐츠테아터'의 작품 '풀문'의 한 장면 . /사진제공=LG아트센터

이름 자체가 전설이 된 무용가 피나 바우쉬(1940~2009). 그는 발레와 음악에 연극적 요소를 결합시켜 기존에 없던 무용 장르인 '탄츠테아트(Dance Theatre·무용극)'를 발전시켰다. 이는 20세기 현대무용의 혁명이었고, 이제껏 보던 아름답고 정형화된 무용이 아니었다. 격렬하게 구부리고 돌고 말하고 노래도 하는 혁신적 스타일이었으며 본능적인 감정을 담아 인간의 내면과 실존을 드러내며 인간과 소통에 주목해 찬사를 받았다.

1940년 독일 북부의 작은 도시 졸링겐에서 태어난 피나 바우쉬는 카페가 딸린 호텔을 운영하는 바쁜 부모 곁에서 이 방 저 방을 뛰어다니며 춤을 추곤했다. 그녀를 지켜보던 주변의 권유로 5살에 발레를 배우기 시작했고, 14살에 독일 표현주의 무용의 아버지라 불리는 쿠르트 요스의 밑에서 다양한 예술적 훈련을 받아 수석으로 졸업했다. 1973년 부퍼탈 시립극장 발레단의 예술감독 겸 안무가로 취임한 그녀는 새로운 시도를 감행하기로 했다. 자신의 내면으로부터 나오는, 춤을 추게 만드는 욕망에 귀기울이는 것. 발레단 이름을 '부퍼탈 탄츠테아터'로 개명한 그는 낯선 미학을 선보여 보수 관객들의 비난도 받았지만 점차 지평을 넓혔고 당대 예술계 전반에 영향을 미쳤다. 그녀가 세상을 떠날 때까지 춤을 췄던 부퍼탈은 백남준이 최초로 비디오아트를 전시한 곳이기도 하다.

피나 바우쉬의 작품 '풀문(Full Moon)'이 그의 무용단 부퍼탈 탄츠테아터의 공연으로 오는 28~31일 LG아트센터 무대에 오른다. 밤의 장막같은 검은 무대 위에 솟아오른 거대한 바위, 그 옆에서 폭우처럼 쏟아지는 물을 맞으며 춤을 추는 무용수들이 음악과 어우러져 아름다운 그림을 만들어내는 작품이다. 인생이 선사하는 황홀경과 동시에 우리가 마주하는 불안감과 두려움을 표현한다. 빗물에 젖은 드레스와 머리칼을 휘날리며 춤추는 여자 무용수들과 물 웅덩이와 바위를 오가며 달리듯 역동적으로 춤추는 남자 무용수들의 장면이 특히 압도적이다. 지난해 무용단 창단 40주년을 맞은, 피나 바우쉬와 오랜 호흡을 자랑하는 무용수들의 공연이라 더 뜻깊다. (02)2005-0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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