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의 날' 최종 승자는 LG였다.
LG는 17일 프로야구 정규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롯데에 지고도 포스트시즌 진출권을 따냈다. 이날 부산 롯데전에서 5대8로 패했지만 4강 티켓 한 장을 두고 마지막 승부를 벌이던 SK가 넥센에 2대7로 지면서 4위를 지켰다. 최종 성적은 LG가 62승2무64패로 4위, SK는 61승2무65패로 1경기 차 5위였다. LG와의 상대 전적에서 앞서는 SK가 이날 넥센을 이겼다면 4위 싸움에서 대역전 드라마를 쓸 수도 있었지만 기대했던 시나리오는 쓰이지 않았다. LG는 19일 마산구장에서 3위 팀 NC와 준플레이오프 1차전을 치른다. 지난해에 이은 2년 연속 포스트시즌 경험. LG가 2시즌 연속으로 가을 무대에 오르기는 1997·1998년 이후 16년 만이다.
지난 5월까지만 해도 LG의 4강 진출은 절망적이었다. 개막 직후부터 꼴찌에서 허덕였고 4월24일에는 김기태 감독이 성적 부진을 이유로 사퇴하면서 팀 분위기도 최악이었다. 5월11일 양상문 감독이 지휘봉을 이어받을 때 LG의 성적은 10승1무23패였다. 승률 0.303으로 최하위. 8위 한화와의 승차도 3경기나 났다. 하지만 6월13일 잠실 SK전 승리로 꼴찌에서 탈출, 분위기 전환에 성공한 LG는 6월까지 승률을 0.397(27승1무41패)로 끌어올렸다. 그래도 여전히 8위. 진짜 반전은 여름부터였다. 7월1일부터 전반기 마지막 날인 18일까지 11경기에서 8승3패를 거뒀다. 전반기를 7위로 마친 것. 8월에는 더 뜨거워졌다. 8월22일 잠실 KIA전에서 3대2로 이기면서 롯데를 밀어내고 마침내 4위를 밟았다. 그때부터 시즌 최종일까지 4위를 놓치지 않았다. 지난해도 LG는 올해와 비슷했다. 5월 중순까지 5할 승률이 못 미치며 바닥에 가까웠지만 이후 23경기에서 무려 18승(5패)을 쓸어담으며 3위까지 치고 올라갔다. 마지막 날 받아든 성적표는 정규시즌 2위로 11년 만의 포스트시즌 진출. 이전까지 10년 동안 포스트시즌이 남의 얘기였던 LG는 지난해 지긋지긋한 사슬을 끊은 뒤 이제는 '4강 본능'을 뽐내며 가을 잔치에서 또 한 번의 반란을 준비하게 됐다.
한편 김시진(56) 롯데 감독은 2년 연속 4강 좌절의 책임을 지고 이날 자진사퇴했다. 지난해 3년 계약을 한 김 감독은 계약기간을 1년 남기고 옷을 벗었다. 김 감독의 사퇴를 신호탄으로 감독들의 사퇴가 줄을 이을 것으로 보인다. 한화와 KIA·SK가 올해를 끝으로 현 감독과 계약이 끝나고 감독 부임 후 첫 시즌을 보낸 송일수(64) 감독도 두산의 포스트시즌 진출 실패로 교체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