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는 화장품이나 물, 건강식품 등 자연을 이용한 사업이 활발해 천연물에 대한 연구 데이터가 많이 축적돼 있습니다. 이 같은 천연물을 활용하면 세계시장을 겨냥한 생체의약품 개발에서 큰 성과를 거둘 것으로 확신합니다." 제주첨단과학기지에 둥지를 틀고 있는 한국BMI의 이광인(52·사진) 대표는 지난 2005년 멀쩡히 다니던 제약회사를 그만두고 대형 제약사에서 신약을 연구하던 이들과 뭉쳐 회사를 차렸다. 약사 출신인 그가 제약사를 창업한 것은 R&D(연구ㆍ개발) 능력만 제대로 갖추면 국민 건강에 도움을 주고 세계시장에서도 명성을 쌓을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을 가졌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사업 초기부터 원료 수급 등의 문제로 변변한 제네릭(화학의약품 복제약) 하나없는 오리지널 의약품을 발빠르게 국산화해 '캐시카우'를 만드는 전략을 밀고 나갔다. 한국BMI는 오리지널 의약품에 뒤지지 않는 품질과 저렴한 가격의 제네릭을 앞세워 이름없는 신생제약사라는 한계를 극복하고 빠르게 시장에서 입지를 넓혀나갔다. 덕분에 회사는 설립 1년만에 20억의 매출을 올린 데 이어 올해 매출 100억을 넘어설 전망이다. 이 대표는 "우선 재무구조가 안정돼야 외풍에 흔들리지 않고 다음 목표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 틈새 제네릭 개발에 초점을 맞췄다"며 "현재 철분주사제 아네럼의 내수 점유율이 40%에 이르고 호르몬제 옥트스타틴이 시장에서 성공적으로 자리잡는 등 탄탄한 수익구조를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이렇게 확보한 실탄으로 한국BMI는 2단계 목표인 바이오제네릭(생물의약품 복제약)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국BMI는 3년에 걸친 개발 끝에 다국적 제약사인 노바티스가 생산하는 신장세포암치료제 '프로류킨-주'의 바이오제네릭인'인터류킨-2'의 비임상시험을 완료했고, 이달중 식품의약품안전청의 임상시험 승인을 앞두고 있다. 그는 "바이오제네릭은 생물학적 동등성 시험만 거치면 되는 일반 제네릭과 달리 신약 수준의 임상시험을 통과해야 한다"며 "중소제약사에게 비용부담이 크지만 다행히 지식경제부 광역선도사업 지원대상에 선정돼 20억원에 이르는 임상시험 비용을 지원받게 됐다"고 전했다. 장기적으로 한국BMI는 면역력을 높이는 기능을 하는 인터류킨-2의 단량을 낮춰 신장세포암 뿐 아니라 모든 암과 수술치료에 적용할 수 있도록 적응증 확대 임상도 진행할 계획이다. 임상이 성공할 경우 인터류킨-2의 시장규모는 1조9,200억원에 이를 것으로 회사측은 보고 있다. 한국BMI는 이달초 제주대 의대의 이대호 교수 연구팀과 '해조류 추출물을 활용한 당뇨 치료제' 개발을 위한 협약을 맺고 신약 개발을 위한 첫 단추를 끼웠다. 그는 "이제 화학물로 신약을 만드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워 천연물을 응용한 바이오 신약 연구가 활발하다"며 "지난 해 신종플루 치료제로 널리 알려진 타미플루도 천연물에서 원료를 채취해 개발한 것"이라고 밝혔다. 제네릭, 바이오제네릭, 바이오 신약까지 차근차근 목표달성을 위해 전진하는 한국BMI의 내년 매출목표액은 150억원. 제주 공장 설립으로 생산능력이 3배 이상 늘어난 데다 선진국 기준을 충족시키는 제조시설을 갖추게 돼 수출 확대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또 내년 하반기께 항암치료제 인터류킨-2, 설파살리진-HA 등 임상시험이 진행 중인 의약품들이 시판되기 시작하면 매출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시장이 개방되면서 많은 중소제약사들이 시설 기준을 맞추지 못해 문을 닫고 있지만 경쟁력을 갖춘 회사 입장에서 보면 그만큼 시장이 넓어진 것"이라며 "한국BMI에게 FTA는 오히려 기회로 다가오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또 "이미 상장요건은 다 갖추고 있는 만큼 내후년께를 목표로 기업공개(IPO)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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