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핵 협상 잠정 합의(제네바 합의) 후 잇따르는 유럽 기업의 이란 진출 시도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4일(현지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존 케리 미 국무장관은 로랑 파비위스 프랑스 외무장관과의 통화를 통해 자동차 기업 르노 등 프랑스 대표기업들이 최근 이란의 수도 테헤란을 방문한 데 대해 "이란과의 사업은 일반적인 사업과는 다르다"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웬디 셔먼 국무부 차관은 이날 미 의회 상원 외교위원회에 출석, 이 같은 통화 사실을 전하면서 대이란 제재가 여전히 남아 있는 상황에서 외국 기업들의 이란 진출은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대 이란 제재 완화는 상당히 한시적이고 특정 분야에 한해 제한적으로 이뤄졌다"며 "섣불리 행동한다면 사업과 명성은 물론 스스로까지 모두 위험에 빠뜨리게 된다는 점을 기업들에 전달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방과 적대국을 막론하고 우리의 (대 이란) 제재를 외면하는 국가에 제재를 가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같은 자리에 있었던 데이비드 코헨 미 재무부 금융·테러 차관 또한 "누구든 우리 제재를 위반한다면 이에 상응하는 조치를 할 것"이라며 "지난 6주간 영국·이탈리아·터키·아랍에미리트(UAE) 등을 접촉하며 이 같은 메시지를 명확히 전달했다"고 덧붙였다.
앞서 프랑스 경제인연합회(MEDEF) 소속 116개 기업 대표들이 지난 3일부터 사흘간 테헤란을 방문한 데 이어 독일·네덜란드 기업들도 대표단을 파견하기로 하는 등 유럽 기업들은 핵 협상 잠정 합의 후 이란 진출을 적극 모색하고 있다.
미국의 경고는 현재의 대이란 제재 완화가 6개월이라는 한시적 조치에 불과한데다 유럽 기업들의 성급한 행동이 향후 핵협상 최종 타결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우려 등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반면 이란은 핵협상 최종 타결 및 경제 제재 전면 해제 요구와 함께 외국 기업 투자를 적극 유치하겠다는 의사를 피력했다.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은 이날 칼 빌트 스웨덴 외무장관과 만나 "서구권 국가들이 솔직하고 진지하게 임한다면 핵협상 최종 합의에 이를 수 있다"고 말했고 무함마드 자바드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 역시 빌트 장관과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핵협상 최종 합의에 제재 전면 해제가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지난해 11월 'P5+1(유엔 안전보장이사회 5개 상임이사국+독일)'과 이란은 핵협상 잠정 합의를 이뤄 지난달 20일부터 초기 단계 조치를 담은 '공동 행동 계획'의 이행에 들어갔다.
이에 따라 이란은 농도 5% 이상의 우라늄 농축을 중단하는 등 핵 개발 활동을 일부 제한했고 이에 대한 대가로 대 이란 경제 제재도 일부에 한해 6개월간 해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