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위안화 힘겨루기 외환시장 최대 이슈2002년 벽두 세계 경제의 최대 화두는 환율전쟁이 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미국의 경기 회복 여부 역시 지구촌의 관심을 집중시킬 것으로 보이지만 단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하면 지난해 말 불거진 엔화 급락 파동이 새해에도 핫 이슈가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엔화와 위앤화간의 힘겨루기도 올 한해 외환시장의 최대 관심사로 부각되고 있다. 특히 아르헨티나는 6일 경제 회생을 위한 해법의 일환으로 페소화 평가절하를 선언, 2002년 새해는 환율을 둘러싼 국제적인 이해가 경제 이슈의 핵심에 자리잡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 日, 엔화 약세 유도 지속할 듯
지난해 12월 31일 마이니치 신문은 일본 재무성과 일본은행(BOJ)이 달러 당 140엔까지 엔화 약세를 용인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또 새해 들어서는 니혼게이자이 신문이 바통을 이어받아 엔 급락에 따라 아시아 통화가치가 동반 하락하더라도 이에 따른 영향을 적을 것이라고 일본흥업은행의 보고서를 인용, 보도했다. 일본 정부의 엔저 유도가 지속될 것임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현재 엔화 가치는 펀더멘털과 정책적 측면 모두에서 하락 압력을 받고 있다. 특히 일본 정부는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수출 비중이 10%대에 불과해 통화의 평가절하 효과가 크지 않다는 지적에도 불구, 엔저를 통한 수출 확대를 밀어 붙이고 있다.
아무리 돈을 풀어도 경기가 되살아 나지 않는 유동성 함정에 빠진 일본으로서는 사용할 수 있는 정책 수단이 없기 때문이다.
실제 일본 정부는 이미 제로금리에 가깝게 금리를 끌어 내려 금리 조정을 통한 경기조절 기능을 상실한데다 엄청난 공공부채로 인해 적극적인 재정정책도 구사할 수 없는 상태다. 한마디로 엔저는 벼랑 끝에 몰린 일본이 내민 최후의 카드인 셈이다.
◆ 韓ㆍ中, 강력한 대응 불가피
현재 아시아 각국은 환율 딜레마에 빠져 있다. 특히 한국과 중국은 인위적인 엔저 지속에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강력한 대응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올해 경기 회복의 열쇠를 쥐고 있는 수출이 환율 때문에 위협 받는 상황을 좌시할 수 없는 상태며, 증시 회복의 버팀목이 되고 있는 외국인 순매수 자금이 원화의 동반하락이란 암초에 걸리는 것 역시 피하고 싶은 시나리오다.
중국 역시 엔저로 인해 수출 전선에 빨간 불이 들어 온 상태다. 이와 관련, 중국의 지난해 수출 증가율은 6.3%로 전년의 27.9%에 비해 현격히 줄어 들었으며, 특히 엔저 쇼크가 불거진 4ㆍ4분기의 수출 증가율은 고작 2%에 머물렀다.
엔 약세가 지속됨에 따라 중국의 디플레이션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 현재 중국과 홍콩은 환율을 달러화에 고정시켜 놓은 페그제를 채택하고 있어 엔화가치 하락에 따라 위앤화와 홍콩 달러의 가치가 동반 하락하지 않는다.
이 같은 상황에서 엔화 약세가 지속될 경우 중국은 수입물가 하락에 따른 디플레이션 압력을 받을 공산이 크다.
◆ 美 경기 회복 여부가 최대 변수
현재의 엔화 약세가 어디까지 갈 것인가에 대한 전망은 천차만별이다. '미스터 엔'으로 불리는 사카키바라 에이스케는 "올해 엔 달러 환율이 140~150엔까지 갈 수 있으며, 일본 정책 당국자들은 160~170엔 수준도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도이체방크의 한 애널리스트는 오는 2005년에 205엔까지 갈수 있다는 다소 황망한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반면 상당수의 외환 딜러들은 140엔 이상으로 하락하기 보다는 135엔 수준에서 등락을 거듭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엔화 약세 기조가 지속될 경우 외국인 주식 매도→주가 하락→은행 평가손 확대→금융위기 가중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어쨌든 현재로선 미국의 경기 회복 여부가 엔화 약세 지속의 최대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미국은 최근 자국 제조업의 이해를 반영해 대일(對日) 무역수지를 크게 악화시키지 않는 범위 내에서 엔화 약세를 용인하고 있는데, 만일 경기 회복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엔저 저지에 나설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정구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