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거액의 기부의사를 밝혀 관심을 모은다. 자신이 보유한 안철수연구소 지분 37.1%의 절반에 해당하는 1,700억원 상당의 주식을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것이다. 벤처 성공신화의 주인공이자 사회지도층으로서 도덕적 의무(노블레스오블리주)의 실천이라는 점에서 뜻깊은 일이다. 안 원장은 "사회경제적 불평등으로 기회를 갖지 못한 저소득층 청소년에게 꿈과 희망을 주는 일에 쓰고 싶다"고 기부 취지를 밝혔다. 법인의 기부는 많아도 개인 재산의 기부가 흔치 않은 우리 기부풍토에 비춰 안 원장의 이번 개인재산 기부는 큰 의미를 지닌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안 원장이 잠재적 대선주자로 지목되고 있다는 점에서 정치적 의도가 깔려 있는 게 아니냐는 시각도 없지 않다. 안 원장은 기자회견에서 "단지 오래 전부터 생각해온 일을 실행에 옮긴 것뿐이고 그렇게 이해해줬으면 좋겠다"며 정치적 의미와는 일단 선을 그었다. 그럼에도 '왜 기부시점이 선거를 앞둔 이때냐'라는 의구심은 가시지 않고 있다. 정치참여를 위해 깨끗하고 청렴한 이미지를 심어주기 위한 사전 정지작업이 아니냐는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한나라당 경선시절 개인재산을 내놓기로 약속한 것과 유사한 것으로 비친다는 지적이다.
안 원장이 밝힌 대로 이번 기부를 정치참여의 신호탄으로 예단하는 데는 성급한 측면이 없지 않다. 그러나 벌써부터 박원순 서울시장 등을 포함한 야권인사들이 조만간 안 원장을 만나볼 것이라고 밝혀 일부 정치권에서는 안 원장의 정치참여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젊은 층을 중심으로 안 원장이 누리고 있는 인기에 비춰 만약 안 원장의 정치참여가 현실화될 경우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권 전반에 상당한 변화를 몰고 올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 같은 현실에 비춰 안 원장은 가능한 한 이른 시일 안에 정치참여 여부에 대한 입장을 분명히 함으로써 정치권은 물론 세간의 궁금증을 풀어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영향력 있는 지도층 인사로서 불분명한 행보를 계속하는 것은 본인에게는 물론 정치발전에도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것은 거액기부의 참뜻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초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