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부주석이 공개석상에서 사라진 지 2주 만에 모습을 드러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15일(현지시간) 오전 시 부주석이 베이징농업대에서 열린 과학대중화의 날 행사에 참석했다며 사진 2장을 공개했다. 관영 CCTV 역시 이날 오후부터 시 부주석 소식을 주요 뉴스로 중점 보도했다.
시 부주석은 지난 1일 중앙당교 개교식 이후 행적을 감췄으며 5일 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과의 회담마저 느닷없이 취소해 건강이상설ㆍ권력투쟁설 등 갖가지 루머에 휩싸였다.
◇건강이상설 일축=사진에 드러난 시 부주석은 흰색 셔츠에 검은색 점퍼 차림이었으며 미소를 짓는 등 여유 있는 모습이었다. 적어도 사진상에서는 뇌졸중이나 심장 이상에 따른 안면마비 증상은 보이지 않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날 농업대 현장에 머물며 먼발치에서 행사를 지켜본 로이터통신의 한 기자는 "시 부주석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학생들의 엄청난 환호를 받았으며 두 차례 손을 들어 흔들었다"고 전했다. 클린턴 장관과의 면담 취소 직후 알려진 것처럼 등 부상이 심각하다면 팔을 자유롭게 쓰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홍콩 등 중화권의 주요 언론들은 그동안 시 부주석의 공백과 관련해 ▦수영 중 등 부상 ▦긴급 심장 수술 ▦간암 발병 ▦교통사고로 위장한 암살 기도 등 온갖 추측을 내놓았으나 현재로서는 건강에 특별한 이상이 없다는 사실이 증명된 셈이다. 이날 류윈산 공산당 중앙선전부장 등을 대동해 행사장에 나타난 시 부주석은 "음식은 인민의 최우선 생필품이며 농작물 공급기술을 발전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일부 중국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이번에 공개된 사진이 최근 모습이라는 증거가 없지 않느냐"는 극단적 추측도 나온다.
◇권력승계 가시밭길=시 부주석이 일단 건재를 과시했지만 아직 모든 미스터리가 속시원히 해결된 것은 아니다. 모습을 감췄던 이유와 공백기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등 핵심 의문이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최고지도자들의 동정을 하루도 거르지 않고 보도하는 중국 관영언론에서 차기 최고 권력의 이름이 보름씩이나 사라진 것 자체가 유례를 찾기 힘든 일이지만 신화통신 등은 여전히 입을 다물고 있다.
어쨌든 사진이 공개되면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권력승계가 시작되는 제18차 전국대표대회를 앞두고 공산당 내 권력투쟁이 심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이와 관련해 뉴욕타임스(NYT)는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이 시 부주석에게 권력을 이양할 준비가 아직 안 돼 있다고 15일 보도했다.
퇴임 이후에도 군 통수권을 장악하려는 후 주석과 완전한 권력이양을 요구하는 시 부주석이 파워게임을 벌이고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단계적 권력이양은 장쩌민 전 국가주석이 후 주석에게 자리를 넘길 때 사용한 방법으로 장 전 주석은 2002년 자리에서 물러난 후에도 2년 넘게 군을 장악했다.
NYT는 "후 주석이 반일시위를 의도적으로 묵인하고 한편으로 조장해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 한다. 당분간 권력승계가 지연될 수 있다"며 공산당 핵심관계자를 인용해 이날 보도했다. 시위가 상점에 불을 지를 정도로 폭력적인데도 이를 전혀 제지하지 않고 있으며 오히려 14일 댜오위다오(일본명 센카쿠열도)에 해양감시선 6척을 보내 긴장감을 고조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중국 군이 발행하는 일부 신문들은 최근 사설을 통해 "후 주석의 지도를 중심으로 일치단결하자"며 충성심을 고취하는 듯한 보도를 연일 내놓고 있다. 이밖에 시 부주석과 같은 태자당 소속의 보시라이 전 충칭시 서기 처리 문제와 경착륙 조짐을 보이는 중국 경제 등도 권력승계 과정의 걸림돌로 지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