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 조종사, 자동장치 이상 인지

지난 7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착륙 사고를 낸 아시아나항공 214편 여객기 조종사들은 착륙 비행속도가 지나치게 낮다는 사실을 인지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11일(현지시간) 미국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가 공개한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당시 조종사들은 사고 직전 비행속도가 정상범위를 벗어났다고 판단하고 문제를 해결하려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강국 기장은 조사 인터뷰에서 “주비행표시장치(PFD)에 속도가 최저범위 이하를 의미하는 회색 구간 이하로 떨어진 것을 봤으며, 속도계 하강 혹은 오토스로틀 해제 등의 표시도 본 것 같다”고 답했다고 보고서는 전했다.

그 순간 교관기장이 ‘재상승’(go around)이라고 말하면서 조종대를 밀었으나 기체는 활주로에 부딪히면서 회전했다고 이 기장은 설명했다.

그는 또 인터뷰에서 샌프란시스코 공항의 글라이드슬로프(활공각 지시장치)가 고장 나 있는 상태라는 것을 미리 알았으며, 착륙 전부터 상당히 긴장해 있던 상태였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그(이강국 기장)에게 자신의 시계접근 능력을 물었더니 ‘매우 걱정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NTSB의 빌 잉글리시 조사관은 사고기가 활주로에서 약 3마일(4.8㎞) 떨어져 있을 때 자동항법장치가 꺼졌으며, 항속이 정상치보다 34노트 낮은 103노트까지 내려갔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FAA의 시험조종사인 유진 아놀드는 조사 인터뷰에서 보잉777 기종의 오토스로틀 설계 문제를 거론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아놀드 조종사는 보잉777의 오토스로틀 장치가 승인을 받았고 연방항공규정에도 부합하지만 ‘바람직하지는 않으며’(less than desirable) 개선의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조종지시장치(FDS)를 일부만 켜놓은 상태에서는 오토스로틀이 작동하지 않을 수도 있으며, 결국 항속이 갑자기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보잉 측은 비슷한 설계가 보잉777 기종뿐 아니라 보잉767, 보잉747 등에도 적용돼 있다면서 문제가 없으며, 최종적인 결정을 조종사에게 맡기기 위한 의도로 설계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날 청문회에 참석한 존 캐시먼 전 보잉777 시험조종사도 “조종석의 자동장치는 조종사를 돕기 위한 것이지 대체하기 위한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날 청문회에서 데버러 허스먼 NTSB 위원장은 인사말을 통해 “희생자들에게 위로의 뜻을 전하고 부상자들의 쾌유를 바란다”면서 “이번 사고조사 청문회를 통해 사고 원인을 밝혀내는 동시에 많은 사람들이 살아남을 수 있도록 한 긍정적인 요인들도 규명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NTSB는 당초 지난 10일부터 이틀간 아시아나항공기 사고 조사 청문회를 개최할 예정이었지만 워싱턴DC에 불어닥친 눈 폭풍 때문에 연기했으며, 이날 압축적인 진행으로 하루만에 청문회를 끝냈다.

지난 7월 6일 인천공항을 출발한 아시아나 OZ 214편 보잉 777여객기가 샌프란시스코 국제공항에 착륙 도중 활주로 앞 방파제에 충돌, 기체가 크게 파손되면서 승객 3명이 숨지고 여러명이 다쳤다.

/디지털미디어부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