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이 17일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등 30여명의 대기업 경영인들과 비공개 회동을 갖고 기업규제 등 애로사항에 대해 스스로 보다 적극적인 주장을 개진해줄 것을 주문했다. 이는 청와대의 기업 관련 정책방향이 경제민주화보다는 투자활성화 쪽으로 방향을 틀겠다는 의지를 강력하게 표명한 것으로 해석돼 주목된다.
청와대와 재계에 따르면 조 수석은 이날 오전 서울 장충동 신라호텔에서 전국경제인연합회 소속 기업인들과 만나 "기업들이 어려운 부분에 대해 좀 더 목소리를 내달라"고 주문했다.
이 모임은 전경련 산하 경제정책위원회가 조 수석을 초청하는 형식으로 이뤄졌으며 비공개로 진행된 이 회의에서 기업인들은 조 수석에게 각종 규제와 경제민주화에 대한 불만을 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정책위원회는 조 회장이 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기업인과 자문위원 등으로 구성돼 있다. 이날 회의에서는 조 회장 등 30여명이 참석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조 수석은 이날 정부 정책 방향에 대해 강의한 뒤 기업인들과 대화를 나눴다.
이날 비공개 회의에서 재계는 일련의 경제민주화 흐름을 타고 우후죽순처럼 쏟아지는 각종 규제에 대해 우려를 적극 전달했다. 한 참석자는 "올해 들어 정부와 국회에서 각종 경제민주화 법령을 만들어내고 있는 데 이것은 과잉규제"라며 "이에 대한 견제장치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상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의견이 나왔다. 다른 참석자는 "상법 개정안은 기업으로 하여금 획일적 지배구조를 갖게끔 하는 법안"이라며 "정부가 재계의 의견을 수렴하기로 한 만큼 재계의 입장을 적극 반영해줬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통상임금에 대해서도 재계의 불만이 쏟아졌다. 통상임금 범위 확대로 기업들이 큰 고충을 겪을 수밖에 없다며 이에 대한 합리적인 해결을 주문했다. 특히 통상임금 이슈가 새로운 노사 갈등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근로시간 단축에 대해서도 재계는 정부와 국회가 추진하고 있는 근로시간 단축이 산업 경쟁력 저하로 연결될 수 있다고 전했다. 이외에도 이날 참석한 기업인들은 기업인과 기업들을 옥죄는 각종 규제에 대해 산업계의 의견을 조 수석에게 전달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경제민주화 등 현안에 대해 기업인들이 재계의 입장과 우려를 전달하는 자리였다"며 "조 수석도 이에 대해 동감하는 부분도 적지 않았다"고 말했다. 국회에 계류 중인 지주회사 증손회사 규정 완화가 제때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에 대해 조 수석은 "정부도 답답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조 수석은 내년도 정부 정책 방향 등에 대해 설명하며 기업인들의 적극적인 투자를 당부했다. 또 규제 완화 등 투자 활성화를 지속 추진하겠다고 전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고용률 70% 달성이라는 국정 과제 실현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경제활성화 라며 기업들이 투자에 적극 나서 달라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