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일본 등 세계 각국은 유로랜드 출범을 맞아 각각의 이해관계를 저울질하느라 분주한 모습을 보였다. 국제 기축통화를 둘러싼 선진국들의 헤게모니 싸움이 본격적으로 전개된 셈이다.새해를 맞아 유로화 출범에 따른 세계 각국의 반응과 움직임 등을 정리한다.
◇미국= 미국측은 일반의 우려와 달리 유로화 출범으로 잃는 것보다 얻는 게 훨씬 많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로렌스 서머스 미 재무부 부장관은 『유로가 유럽에 이익이 된다면, 미국에도 이익』이라면서 『유로는 국제 화폐라기보다 역내 화폐』라고 강조, 달러의 통화 패권이 그대로 유지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국제금융계에선 앞으로 미·유럽권의 경제력에 근거한 달러와 유러화의 통화전쟁이 치열하게 벌어질 것이라면서 달러화 위상이 의외로 약화될 가능성도 큰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일본= 일본은 유로화 탄생으로 엔화가 기축통화의 자리에서 밀려날까 크게 우려하고 있다.
오부치 게이조총리가 오는 6일부터 유럽 방문에 오르면서 미 달러화 위주의 기존 국제통화체제를 달러화와 유로화, 엔화에 의한 「3극 기축통화체제」로 재편하려는 것도 이같은 맥락이다.
이와함께 일본 내에선 금융시스템의 파탄을 경험한 아시아 국가들간에 긴밀한 통화 협조체제를 구축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폭넓게 확산되고 있다. 이를 위해 엔화 국제화를 중심으로 일본이 주도적인 역할을 되찾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은 일본금융시장에서 유로화가 일시적으로 부족, 금융기관의 유로 결제업무에 장애가 발생할 경우에 대비해 긴급히 유동성을 공급한다는 방침이다. 일본은행은 유로화가 기축통화의 역할을 수행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보유중인 유럽 각국 통화를 유로화로 대체하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아시아= 홍콩을 비롯한 아시아 각국들은 대체로 유로화 출범에 강한 기대감을 걸고 있다. 유로화가 미 달러화의 독점적인 전횡을 억제하는 견제세력으로 부상, 금융시장 안정화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특히 홍콩의 경우 유로의 외환 거래가 가능한 외환시장 개설을 추진하는 등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호주의 시드니 모닝 헤럴드는 유로화를 『수세기의 전쟁에 종지부를 찍는 통화』로 표현하면서 『세계경제 문제에 대처할 강력한 새력이 등장했다』고 진단했다. 【정상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