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산업용지 '애물단지' 될라] 신도시 자족기반 명분 마구잡이 지정 신도시면적의 2~10%…최고 100만평 달하기도구체적 개발계획 없는데다 주변 산업기반도 전무"필요한 곳은 막고 엉뚱한 곳에 용지 조성" 지적 정두환 기자 dhchung@sed.co.kr 김문섭기자 lufe@sed.co.kr "서울시내만 벗어나면 비어있는 다 지어놓고 입주사를 채우지 못해 비어있는 아파트형 공장이 한둘이 아닙니다. 산업기반도 없는 외곽신도시나 지방에 잔뜩 벤처단지만 조성해 놓으면 결과는 불을 보듯 뻔합니다."(S건설 관계자) 정부가 각 신도시마다 우후죽순으로 지정해 놓은 '도시지원시설용지'는 대부분 도심형공장(이른바 아파트형공장) 용도로 활용하기 위한 땅들이다. 적게는 신도시 전체면적의 2~3%에서 많은 곳은 지구 면적의 10%를 훌쩍 넘기도 한다. 이렇다 보니 서울 수도권 일대에 현재 조성중이거나 조성예정인 신도시와 크고작은 택지지구 등의 첨단산업용지를 합쳐 놓으면 동탄2신도시 전체면적과 맞먹는 600여만평에 달한다. 신도시 개발계획 하나가 새로 발표될 때마다 적게는 몇만평에서 많게는 100만평에 이르는 '벤처 밸리'가 만들어지는 셈이다. 하지만 거창한 청사진과는 달리 사업시행자인 토지공사나 주택공사 조차 구체적인 개발 계획이 없는 실정이다. 심지어 일부 신도시에서는 현재 공사가 한창임에도 해당 도시지원시설용지를 단순히 '도심형 공장'용지로 활용한다는 원칙 외에 구체적 입주대상 업종이나 활성화 방안조차 전무하다. 정부가 이처럼 뚜렷한 유치방안도 없이 신도시마다 '도시지원시설용지'를 마구잡이로 지정한 것은 '자족기능' 확보를 위한 고육지책으로 풀이된다. 즉 사실상 공해를 유발하는 일반 공장이 들어설 수 없다는 점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혐오감이 적은 ITㆍ벤처 관련 용지로 지정해 놓았다는 것이다. 동탄2신도시의 경우 이른바 '첨단비즈니스용지'로 지정한 면적이 인근 동백지구 전체와 맞먹는 100만평. 인근 삼성반도체 등과 관련된 첨단 업종을 유치하면 충분히 자족기능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 정부의 논리다. 그러나 전문가들의 생각은 다르다. 서일대 이재국 교수(부동산학)는 "동탄2신도시가 삼성반도체 공장과 가깝긴 하지만 100만평에 달하는 첨단비즈니스용지를 채울 만큼 신규 수요가 생긴다고 보긴 어렵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분당 신도시만 해도 그나마 당시에는 공기업 이전 수요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20만평 남짓한 업무용지조차 수요를 채우지 못해 수년이 지나서 8만6,000평을 주상복합용지로 바꾸는 실패를 경험했다"고 말했다. 동탄2신도시 역시 수요조사 조차 제대로 하지 않은 채 100만평에 달하는 땅을 첨단비즈니스용지로 지정할 경우 자칫 분당의 실패를 반복할 것이 뻔하다는 것이다. 현재 조성중인 신도시 가운데는 주변에 산업기반이 사실상 전무한 곳도 부지기수다. 토공이 조성중인 남양주 별내지구에 전체 154만평의 4.4%인 6만7,000평이 도심형공장 용도로 지정돼 있는가 하면 김포신도시 양촌지구내 9만평도 ITㆍ반도체ㆍR&D등 첨단산업ㆍ정보통신산업단지로 조성된다. 삼성경제연구소 박용규 수석연구원은 "첨단산업 용지는 업무ㆍ생산시설ㆍR&D 기능이 통합적으로 연결돼야 한다"며 "대기업이 빠진 중소ㆍ벤처기업만으로 클러스터를 형성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아파트형공장 건설업체인 A사 관계자는 "현재 서울과 인천만 해도 마곡ㆍ송도ㆍ청라지구 등 곳곳에서 대규모 ITㆍ벤처밸리가 조성중"이라며 "서울과 접근성이 떨어지는데다 마땅한 산업기반도 없는 외곽 신도시에 벤처집적단지가 조성된다면 과연 수요가 얼마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특히 이처럼 '자족기반 확충'이란 명분 아래 신도시 곳곳에 수요조차 불분명한 ITㆍ벤처시설용지를 마구잡이로 지정하고 있으면서도 정작 수도권 일대 대기업의 공장 증설은 공장총량규제를 들어 절대 불가 입장을 바꾸지 않고 있다. 수도권 공장증설은 막아놓고 한편으로는 신도시 곳곳에 IT 업종을 유치하겠다는 근거없는 청사진만 남발하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업계에 따르면 현재 하이닉스 등 대기업들은 정보기술(IT)ㆍ생명과학(BT) 등 첨단 업종을 중심으로 40조원 이상 수도권 투자계획을 수립하고 있지만 각종 신ㆍ증설 제한에 막혀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대기업 관계자는 "정작 기업이 필요로 하는 입지의 공장증설은 막아놓고 엉뚱한 곳에 잔뜩 첨단비즈니스용지를 조성해 놓은 것은 정부의 정책 자체가 모순에 빠진 꼴"이라고 지적했다. 입력시간 : 2007/06/14 17: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