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의회가 전문직취업비자(H-1B) 문호를 대폭 개방하는 등의 이민개혁 법안을 추진하면서 정보기술(IT) 업체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싼 값에 인력을 인도에서 데려와 아웃소싱하던 IT 기업들은 타격을 받는 반면 IT 대기업들은 인재채용의 길이 더 넓어졌다고 반색하고 있다.
미 상원은 2014회계연도부터 기업 내 외국인 직원 비율을 전체의 75% 이하로, 2016회계연도부터는 50% 이하로 낮추는, 이른바 '50/50법안'을 추진 중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또 이 비자쿼터를 과다하게 신청하는 기업에 높은 수수료를 부과하거나 외국인 직원에게 미국인 임금 평균에 근접한 임금을 지급하도록 하는 방안도 논의하고 있다.
H-1B비자가 숙련된 엔지니어와 연구원들이 쉽게 취업해 미국경제에 기여하게 한다는 애초 취지와 달리 인건비 절감에 악용되는 사례가 늘어나자 이를 막겠다는 의도다. 특히 IT 강국인 인도에서 저가의 노동력을 데려와 단순업무를 맡기는 일이 빈번해 미국 IT 산업 발전에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비판이 많았다.
미국 의회의 이 같은 개혁방안에 대해 IT 인력파견 업체나 이들로부터 인력을 받아온 IT 업계는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지난해 H-1B비자를 가장 많이 받은 업체인 아이게이트의 파니시 머피 최고경영자(CEO)는 "인도 노동자들에게 의존해온 기업들에 해로운 방안"이라고 반발했다.
반대로 구글ㆍ페이스북ㆍ마이크로소프트(MS) 등 실리콘밸리의 대기업들은 이 법안으로 비자쿼터에 숨통이 트이면 더 쉽게 고급인력을 채용할 수 있어 유리할 것으로 전망된다. 브래드 스미스 MS 법무책임자는 지난 22일 미 상원에서 열린 이민개혁안 청문회에서 50/50법안에 찬성 의사를 밝힌 바 있다.
또한 민주ㆍ공화 양당 모두 현재의 아웃소싱 행태에 대한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어 외국인 직원 수를 제한하는 법안의 뼈대는 무난히 통과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