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시장 장악하라"… 중국 철도 공룡 탄생

중궈베이처·중궈난처 합병 결정
총자산 3,000억위안 세계 최대
글로벌 점유율 50% 넘어설 듯

중궈베이처의 고속철 제조 현장

중국이 글로벌 철도 시장 장악을 위해 세계 최대 규모의 '철도 공룡'을 탄생시킨다. 새로 생기는 철도회사는 시진핑 정부의 '일대일로(一帶一路ㆍ신실크로드와 21세기 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의 추진동력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30일 중국 경제참고보 등에 따르면 중국 양대 철도차량 제조업체인 중궈베이처(中國北車·CNR)와 중궈난처(中國南車·CSR)가 합병 결정을 내렸다. 6개월가량 끌었던 두 회사 간 합병은 난처가 베이처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이뤄지며 주식은 '중궈중처'라는 새 회사의 주식으로 1대1 교환된다. 중궈중처는 총자산 3,000억위안(약 53조원)이 넘는 거대 국유기업으로 지하철 및 고속철도 분야에서 캐나다 봄바디어와 독일 지멘스, 프랑스 알스톰을 압도하며 세계 1위로 올라서게 된다. 두 회사는 애초에 1986년 설립된 중국철도기차차량총공사에 속해 있었으나 2000년 총공사가 철도부에서 분리되며 각각 독자적인 기업으로 갈라서 경쟁관계에 있다가 14년 만에 다시 합치게 됐다.

국유기업 민영화를 추진 중인 중국 정부가 '공룡' 국유기업을 탄생시킨 배경은 두 회사가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는 과정에서 '제 살 깎아먹기식' 가격경쟁을 벌여왔기 때문이다. 합병을 막후 주도한 국가발전개혁위원회(NDRC) 관계자는 "합병회사는 규모를 바탕으로 연구개발과 영업에 자금을 집중 투입할 수 있어 가격경쟁력을 더 높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정부는 지난 2008년 8월 베이징~톈진 고속철을 처음 개통한 후 6년 동안 전 세계 고속철 길이의 절반이 넘는 1만1,000㎞의 고속철을 개통했다. 오는 2020년에는 중국 전역을 각각 4개의 종축과 횡축을 기반으로 촘촘히 연결하는 '4종4횡' 계획에 따라 총연장이 1만6,000㎞로 늘어난다. 2012년부터는 고속철 수출을 추진해 기술력과 가격경쟁력에다 위안화 파워를 더해 글로벌 고속철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난처의 경우 84개국에 철도 관련 장비와 제품을 수출하며 8월 기준으로 외국에서 체결한 계약 규모가 35억달러에 달했다. 베이처는 15억3,500만달러의 계약을 체결했으며 90여개국에 진출한 상태다. 지하철 공사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난처는 10월 미국 매사추세츠교통국(MBTA)이 실시한 국제입찰에서 지하철 차량 284량을 수주했다. 낙찰 가격은 유럽이나 일본 기업이 써낸 것의 절반 수준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새로 생기는 철도 공룡이 중국 정부의 강력한 후원을 바탕으로 아시아와 아프리카 등 개발도상국은 물론 유럽·미국 등 선진국 진출에도 박차를 가해 세계 고속철 및 지하철 시장의 절반 이상을 장악할 것으로 전망했다. 독일의 교통컨설팅 회사 SCI페어케어는 "합병회사의 지난해 기준 매출은 1,951억위안(약 28조2,000억원)으로 봄바디어ㆍ지멘스ㆍ알스톰 3사의 합계를 능가한다"며 "세계 고속철과 지하철 시장을 중국이 독점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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