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말기 특혜시비 불식 의지/감시장치마저 무력화 우려도정부가 26일 발표한 공기업 경영효율화 및 민영화 촉진방안은 한국통신등 4대 공기업에 대해 책임경영체제를 도입, 경영효율화를 달성한뒤 차후에 지분매각을 통해 민영화한다는 내용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이에따라 한국통신, 담배인삼공사, 가스공사, 한국중공업 등 인수자에 따라 재계 판도가 바뀔 수 있는 거대 공기업의 민영화는 당초 문민정부의 핵심개혁 과제로 꼽혔음에도 불구하고 차기정권의 과제로 넘어가게 됐다.
이같은 방침은 공기업의 민영화를 통한 경영효율화가 필요하지만 거대 공기업의 인수자는 현행 여건상 재벌일 수밖에 없어 경제력집중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킬 수단이 없고 정권 말기에 특혜시비를 낳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번 방안을 통해 매각시 1인당 지분한도(3%, 5%, 10%미만의 3가지안)를 제안한 이유도 경제력 집중을 우려해서다.
이는 역설적으로 문민정부가 공기업민영화를 통한 경제구조의 효율화와 재벌구조의 개선 등 우리 경제의 체질개선을 위해 출범초부터 강조해온 2대 과제를 해결하는데 사실상 실패했음을 의미한다.
당초 정부는 지난 93년 12월 민영화계획을 발표하면서 94년부터 98년까지 58개 공기업을 민영화하고 10개 공기업은 통폐합하는등 모두 68개 공기업을 단계적으로 민영화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난해 말까지 민영화가 완료된 기업은 18개에 불과하고 5개사가 통폐합되는데 그쳤다.
지난해 6월 김영삼 대통령이 민영화를 포함한 공기업의 전면적인 경영효율화방안을 마련토록 재차 지시했으나 이번에 차선책을 선택하는 선에서 용두사미로 끝난 셈이다.
이번 공기업 경영효율화 방안은 일단 현상황에서 불가피한 차선책으로 평가되지만 많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우선 정부는 특례법 제정을 통해 4대공기업의 경영자율성을 높이겠다며 전문경영인 체제와 사외이사제를 도입, 경영의 자율성을 최대한 높이고 감사원감사 및 국정감사도 받지 않도록 제도화하겠다고 밝혔다.
산업정책과 개별기업(공기업)의 경영을 분리, 공기업이 산업정책의 수단이 아닌 개별적 이익에 따라 행동하는 민간기업의 성격을 부여하겠다는 의미다.
그러나 최대 주주가 정부(국민)인 상태에서 주인이 감시를 하지않겠다는 발상이 과연 국회등에서 지지를 받을 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결국 주인이 나설 수밖에 없어 간접적인 방식의 정부개입이 불가피하고 감시장치마저 무력화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높다.<이형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