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대재앙] 첫아이 낳으면 추가 출산의지 절반으로 꺾여

■ 본지-한국리서치 공동 '저출산 인식' 설문조사
"출산시기는 결혼 1년후" 응답 전체 절반 넘어
자녀없는 기혼자 20% "앞으로도 계획 없다"




서울경제신문이 창간 49주년을 맞이해 한국리서치와 '저출산에 대한 국민 인식 조사'를 벌인 결과 우리 국민은 첫 아이를 낳으면 출산 의지가 반토막으로 꺾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직 결혼하지 않은 젊은이들 조차 육아와 보육을 첫 아이 갖기에 앞서 최대 고민으로 생각하는데 부실한 보육환경을 실제 체험하면 아이를 더 낳고 싶은 마음이 싹 사라진 것으로 분석됐다. 결혼 1년 후 첫 출산을 계획하고 있는 미혼자들이 절반을 넘고, 기혼자의 3분의 2도 첫 아이를 결혼 1년 후 낳은 것으로 조사돼 정부의 저출산대책이 신혼 부부 지원에 집중돼야 함을 강하게 시사했다. 이번 조사에서 미혼의 결혼 의향이 있는 남녀라면 결혼 후 갖고 싶은 자녀 수는 대개 2명 이었다. 전체의 64.2%가 2명이라고 답해 1.1 밑으로 떨어진 출산율을 높일 수 있는 희망을 엿보게 했다. 3명 이상이라고 답한 사람도 17%로 하나만 갖겠다는 응답(16.1%)을 근소하게 앞섰다. 아이를 갖지 않겠다는 사람은 2.7%였다. 결혼 후 출산을 계획하고 있는 시기는 '결혼 1년 후'가 절반을 넘어 51.7%를 차지했다. 2년 후는 29.0%, 3년 후는 12.1%로 뒤를 이어 젊은 세대가 막연히 출산을 꺼리거나 뒤로 미룰 것이라는 우려는 기우였다. 결혼 3년 후로 출산을 미룬 답도 20대 초반으로 연령이 낮은 사람들이 다수였다. 결혼 1년 후 출산하겠다는 미혼자들의 마음가짐이 빈말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결혼한 사람에게 첫 자녀를 출산한 시기를 물은 결과, 결혼 1년 후가 3분의 2를 차지했다. 2년 후에 아이를 낳았다는 응답은 17.0%, 3년 후는 6.5%였다. 눈길을 끄는 것은 결혼한 지 1년여 만에 아이를 가진 가정은 두 아이 이상을 갖는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아 자녀 수도 많았지만 정부의 저출산대책에 대한 불만도 비례해 높았다. 출산율을 높이고, 정책적 신뢰를 끌어올리려면 정부가 신혼부부에게 지원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로 읽힌다. 아이가 있든 없든 현재 혼인 상태인 사람에게 '향후 자녀를 낳을 의사가 있느냐'고 묻자 "없다"는 답이 76%에 달했다. 자녀가 없는 사람 중 약 20%는 앞으로도 별로 자녀를 낳을 생각이 없다고 했다. 주목할 만한 점은 아이를 한 명이라도 낳게 되면 출산 의지가 급감하는 것이다. 현재 아이가 없는 부부 중 81.5%는 아이를 낳겠다고 했는데 1명이 있으면 추가적 출산의향이 47.2%로 거의 반토막 났다. 아이 2명 있는 집은 18.8%, 3명은 6.3%로 답변 수 비율이 역시 감소했다. 첫 아이를 낳은 기쁨이 채 피기도 전에 사라지게 하는 양육의 고통을 정부가 얼마나 덜어주느냐가 두 아이 낳기의 관건이었다. 당장 부부들이 자녀를 더 낳고 싶지 않은 이유도 '양육 비용으로 인한 경제적 부담'(49.2%)이 첫 손가락으로 꼽혔다. 한국의 보육 문제는 아직 결혼하지 않은 미혼자들 조차 심각하게 걱정할 정도다. 결혼 후 자녀 출산 시 가장 고려할 점이 무엇이냐고 묻자 전반적 경제상황을 우선 헤아리겠다는 응답(45.2%)에 이어 '양육 및 보육여건'이 40.2%를 점유했다. 본인 혹은 배우자의 직장 문제(6.9%) 때문에 출산을 고민하는 답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한편 미혼자에게 결혼할 의사를 물어본 결과 "생각이 없다"고 답한 응답이 18.5%로 10명 중 2명에 달해 미혼율 증가 추세가 쉽게 꺾이지 않으며 향후 저출산 문제에 짐을 더할 것으로 예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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