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 간접흡연 피해 너~무심해요

기사 피운 담배연기 차에 배여
퀴퀴한 냄새로 승객 불만 폭발
금연택시 인센티브 대책 필요


서울 영등포구에 사는 김세진(34)씨는 지난주 말 두 아이와 여의도공원에 가려고 택시에 오른 순간 숨이 콱 막히는 것 같았다. 기사가 차 안에서 담배를 피웠는지 퀴퀴한 냄새가 가득했기 때문. 창문을 열어젖히고 싶었지만 아직은 찬바람이 들어와 활짝 열 수도 없었다. 조금만 참아볼까 하는데 아이들이 자꾸 콜록거렸고 결국 김씨는 기사에게 불만을 한가득 쏟아낸 뒤 바로 택시에서 내렸다.

김씨의 경우처럼 가족 나들이를 가면서 무심코 택시를 탔다가 간접흡연 피해를 보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문제는 현행 법률상 택시 내 흡연을 규제할 마땅한 장치가 없다는 점이다.

26일 국토교통부와 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시행규칙은 택시의 경우 승객이 타고 있을 때만 흡연을 금지하고 있다. 또 건강증진법은 16인승 이상의 유상 운송 교통수단을 금연구역으로 정했기 때문에 택시는 제외돼 있다. 이에 따라 택시 기사들은 승객이 없는 시간에 차 안에서 담배를 피울 수 있다.

실제로 길을 가다 보면 택시 기사들이 승객이 없는 차 안에서 담배를 피우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문제는 차 안에 담배 연기가 아직 가시지 않은 채 손님을 태울 때 생긴다. 특히 여름과 겨울에는 창문을 꽁꽁 닫아 담배 연기가 차 안에 더 오래 머물기 때문에 승객들로서는 여간 괴로운 것이 아니다.

30대 여성 직장인은 "얼마 전 택시를 탔다가 담배 냄새가 진동하는 바람에 도저히 참을 수 없어 바로 내렸다"고 말했다. 다른 시민은 "택시 안에 버젓이 금연이라고 써 붙이고 승객이 타자 급하게 담배를 끄는 기사들이 많다"며 "택시 서비스 개선에 대한 목소리가 높은데 차 안의 공기를 깨끗하게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민원이 잇따르자 각 지방자치단체별로 택시 금연 정책을 펼치는 곳도 생겨나고 있다. 대전광역시는 택시업계와 협조해 6월부터 관내 8,856대 모든 택시를 금연택시로 지정해 운영할 예정이다. 지난달에는 경기도 부천시가 택시 내 금연을 선포했고 충남 연기군, 강원도 춘천시 등지에서도 금연택시가 다니고 있다. 서울의 경우 2010년 택시 내 흡연에 대해 과징금을 물리는 방안을 추진하려다 반대 여론에 밀려 백지화한 뒤 아직까지 특별한 움직임은 없는 상태다.

사정은 중앙 정부도 마찬가지다. 국토부의 한 관계자는 "택시 내 금연을 법제화하는 방안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기사들이 자율적으로 서비스를 개선하기 위해 흡연을 자제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간접흡연의 피해가 상당한 만큼 이를 막을 수 있는 별도의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서홍관 한국금연운동협의회장은 "규제보다는 택시 업계 스스로 쾌적한 환경을 만드는 게 바람직해 보인다"며 "법으로 이를 금지하지 못한다면 금연택시를 운행할 경우 인센티브를 줘 업계의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하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밝혔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