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자금이 급속도로 빠져나가면서 코스피지수가 2,000선 초반대로 떨어졌다. 기관의 매도세도 지속되면서 저가매수 기회를 노린 개인의 자금만 유입되고 있다. 2,000선 초반으로 주가가 밀리자 펀드 자금이 유입될 조짐도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내년까지 선진국 경제가 회복하는 모습을 보이고 신흥국 경제도 개혁을 통한 질적 개선이 이뤄지는 시점이기 때문에 경제 불확실성이 줄어드는 것은 확실하다"면서 "개인이 국내 주식형펀드와 자문형 랩 등의 금융상품을 통해 손해 본 경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지만 대세 상승을 기다리는 단기간 조정이라는 측면에서 최근 주가 조정을 저가매수의 기회로 봐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7일 코스피지수는 외국인과 기관의 매도세에 0.48%(9.63포인트) 떨어진 2,004.04포인트로 마감했다. 외국인은 4거래일 연속 국내 주식을 내다팔았고 기관도 41거래일 동안 이틀만 빼고 계속 매도세를 보이고 있다. 외국인은 이날 626억원어치, 기관은 1,057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눈에 띄는 점은 최근 투신권의 매도 규모가 줄어들고 있는 점이다. 투신은 최근 41거래일 연속 순매도를 이어가며 이 기간 많게는 하루 4,000억원 가까이 매도하기도 했지만 최근에는 500억원 이하로 매도하고 있다. 이날은 124억원을 순매도했다. 개인(1,737억원)은 4거래일 연속 매수세를 이어가며 저가매수 기회를 노렸다.
변준호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내년 예상 코스피지수의 주가수익비율(PER)이 9배인데 현재 우리 주식시장의 PER는 8.8배 수준으로 여전히 저평가돼 있다"며 "내년 국내 경제의 불확실성이 줄어들어 기업의 이익도 증가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증시가 상승하다 조정을 보일 때 투자할 수 있는 기회로 생각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업종별로는 최근 코스피지수보다 상대적으로 주가가 높아지기 시작한 은행ㆍ조선업종 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김영일 대신증권 연구원은 "올해 코스피지수와 업종ㆍ종목의 상승률을 비교해봤을 때 삼성전자와 현대차의 상승폭이 지수 상승폭보다 컸지만 폭이 줄어들고 있다"며 "은행ㆍ조선 업종이 이제 막 지수를 뛰어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저가매수 기회를 노린다면 다음 주가 상승 사이클이 왔을 때에 대비해 이들 업종에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종목별로는 신한지주와 현대중공업ㆍ현대모비스ㆍ기아차ㆍKB금융ㆍ삼성물산ㆍ현대글로비스 등이 새롭게 프리미엄을 받기 시작해 추세적인 강세 여부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지수가 오르면 펀드 자금이 빠지는 투자 패턴에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어 수급 쪽으로도 긍정적인 전망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2년간 코스피지수가 1,700포인트 후반에서 2,000포인트 초반의 좁은 범위에서 움직여왔기 때문에 펀드 투자자들은 지수가 2,000선을 돌파하면 대규모 환매에 들어가는 상황이 투자 패턴으로 고착됐다. 다만 펀드 환매 기준점이 높아진데다 추가적인 펀드 환매 규모가 크지 않은 것으로 판단되기 때문에 펀드 환매 압박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펀드 환매 기준점은 2,000포인트에서 2,025포인트로 상향됐다는 분석이다.
김후정 동양증권 연구원은 "10월 이후 2,000~2,025포인트에서는 8,000억원 수준의 자금이 빠져나간 반면 2,025~2,050포인트에서는 1조9,000억원 수준의 자금이 빠져나간 걸로 미뤄봤을 때 펀드 환매 기준점이 2,000포인트에서 2,025포인트 이상으로 상향 조정됐다고 판단할 수 있다"면서 "지수가 앞으로 2,050포인트 이상으로 오를 것으로 보이는데 단기적인 조정 기간에 국내 주식형펀드로의 자금 유입이 시작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내 주식형펀드로 자금이 45일 만에 순유입 전환한 점도 고무적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5일 상장지수펀드(ETF)를 제외한 국내 주식형펀드로 116억원이 유입됐다. 국내 주식형펀드는 지난 8월 28일부터 이달 4일까지 44거래일 동안 자금이 빠져나가 역대 최장 순유출 기록(26거래일)을 경신했다. 이 기간 누적 순유출 규모는 6조1,043억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