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칼럼] 조삼모사

아주 진부하지만 중국에 ‘조삼모사(朝三暮四)’라는 고사가 있다. 옛날 원숭이를 키우던 어떤 사람이 앞뒤가 다른 말로 어리석은 원숭이를 통쾌하게 속였다는 얘기인데 요즘 세계적인 관심 속에서 열리고 있는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와 전국정치협상회의(정협) ‘양회(兩會)’에서 중국 경제 당국자들의 언행을 보면서 새삼 이 고사가 떠올랐다. 이번 양회 기간 언론에 주목을 받았던 마카이(馬凱) 국가발전개혁위원회 주임, 보시라이(博熙來) 상무부장, 저우샤오촨(周小川) 인민은행장, 진런칭(金人慶) 재정부장 등은 기자회견에서 앞 다르고 뒤 다른 발언을 연발했다. ‘조삼모사’의 극치를 보여준 것은 마 주임. 그는 지난 7일 회견에서 “지난해 10.7% 경제성장률은 정상적”이라면서도 “빠른 성장속도는 큰 대가를 치러야 하기 때문에 올해 성장목표를 8%로 낮췄다”고 말했다. 또 “중국의 부동산시장은 건강한 상황”이라면서도 “부동산 가격을 잡기 위해서 저가주택 공급을 대폭 늘리겠다”고 밝혔다. “문제는 없지만,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식이니 앞뒤가 안 맞는다. 이어 진 부장은 9일 “기업소득세법 통과로 외자기업의 소득세 부담이 10%포인트 늘어날 것”이라면서도 “외자 기업들은 별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파워엘리트의 대표주자인 보 부장은 무역불균형 문제에서 태도가 표변했다. 그는 전인대 개막일인 5일 “중국은 올해 과다한 무역흑자를 내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며 무역흑자 축소의지를 강조했다가 12일 회견 때는 대(對)중국 보복관세를 추진하고 있는 미국 의회의 움직임에 대해 ‘무역패권주의’라며 강력하게 비난하면서 중ㆍ미간 무역불균형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저우 행장도 같은 날 “위안화 환율의 유연성을 확대하겠다”면서도 “중앙은행의 기본적인 책무는 위안화 환율의 안정적 관리”라며 위안화의 급속절상 가능성을 배제했다. 여기서 잠시 ‘조삼모사’ 고사로 돌아가보자. 중국 춘추전국시대 저공(狙公)이라는 사람이 원숭이들에게 “도토리를 아침에 3개, 저녁에 4개 주겠다”고 했다가 “아침에 3개로는 배가 고프다”고 원숭이들의 항의하자 “그러면 아침에 4개를 주고 저녁에 3개를 주겠다”는 말로 슬쩍 넘어갔다는 얘기다. 이후 ‘조삼모사’는 똑똑한 사람이 어리석은 사람을 속여넘기는 일을 비유하는 말로 쓰이게 됐는데 중국 경제 관료들이 이렇게 앞뒤가 안 맞는 말을 연발하는 것은 이해 당사국들을 어리석은 원숭이로 취급하기 때문은 아닐 것이다. 무거워진 세금에 각종 환경ㆍ노동 규제, 여기에다 정책마저 종잡을 수 없으니 중국에 진출한 우리 기업들은 그저 고단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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