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0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리는 국제통화기금(IMF) 연례총회에서 새 총재로 취임하는 도미니크 스트로스-칸(Dominique Strauss-Kahnㆍ58) 프랑스 전 재무장관은 일찍부터 IMF에 메스를 가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해 온 개혁성향 인물이다. 창설된지 60년이 흘러 기능부전 상태에 빠진 IMF가 회생하기 위해서는 큰 폭의 개혁이 필요하다는 것. 쿼터 조정으로 대표되는 회원국간의 대표권 조정과 함께 IMF 내부에서 심화되고 있는 관료주의가 그가 강조하는 개혁대상이다. 스트로스-칸 총재 사회주의자이면서도 시장친화적인 인물로 평가된다. 그는 야당인 사회당의 올해 대선후보 경선에 뛰어든 대표적인 정치인이기도 하지만 원래 경제학 교수 출신이다. 32살 때인 지난 1981년 프랑스 사회당에 입당했으며 이후 86년 총선에서 파리 북쪽의 발 두아즈 지역에서 당선됐다. 파리 교외의 이민자 도시인 사르셀의 시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프랑수아 미테랑 대통령 재임당시 산업장관에 발탁돼 처음 각료직에 오른 이래 1997~99년 재무장관을 역임하며 국제무대에 널리 이름을 알렸다. 명연설가로 영어와 독일어에도 능통한 그는 재무장관 재직 당시 유럽단일통화인 유로화 채택 협상을 주도하는가 하면 좌파인 사회당 내부의 반대를 극복하고 프랑스텔레콤 등 공기업 민영화 정책을 주도했다. 그의 강력한 민영화 정책 추진으로 공공부채 부담을 줄였고, 각종 시장친화적 개혁정책으로 국가 채무를 줄임으로써 1990년대 후반 프랑스 경제부활의 지휘자 역할을 해 국민들로부터 큰 인기를 얻었다. 또 사회당 정부가 도입한 주 35시간 근무제가 프랑스 경제 부활을 가로막는 암초라며 비판하기도 했다. 재무장관 당시에는 이름 이니셜을 딴 DSK로 불렸으며 부르주아 사회주의자를 뜻하는 '샴페인 사회주의자'라는 별명도 갖고 있다. 스트로스-칸 총재의 선출은 IMF가 직면한 변화상을 반영한다. 세계 양대 금융기구인 IMF와 세계은행(IBRD) 가운데 IMF 수장은 유럽에서, 세계은행은 미국에서 맡아 온 그동안의 관례에도 불구하고 특히 이번 스트로스-칸 총재의 선출에서는 말들이 많았다. 유럽과 미국이 국제금융기구를 독점한다는 지적과 함께 이들 기구가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러시아가 민 조제프 토소브스키 전 체코 총리와의 경합에서 회원국 각국을 돌아다니면서 지지를 호소해야 했다. 선거에 앞서 9만6,000㎞를 날아다닌 초유의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국제사회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IMF에 대한 많은 개혁조치들이 단행돼야 한다"고 말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스트로스-칸 총재는 공식 취임을 앞두고 지난 1일 가진 기자회견에 "개혁에 실패하게 되면 IMF라는 기구의 존재 자체가 위험에 처하게 될 것"이라고 개혁적 입장을 분명히 했다. 국제 경제가 더 이상 제2차세계 대전 직후 IMF가 금융 지원기능을 수행하기 위해 창설된 당시의 상황과는 다르다면서 이런 환경변화에 대처해 나가야 한다는 취지인 셈이다. 그동안 브라질ㆍ중국 등 신흥국들 사이에서는 미국ㆍ유럽연합 등 선진국 지배하의 IMF에 대한 불만을 잇따라 표시해 왔다. 소수의 국가가 의사결정 과정을 지배하고 있으며 과정도 복잡하고 대출조건은 너무 까다롭다는 것이다. 스트로스-칸 총재는 이에 대해"글로벌 경제의 변화상을 반영하는 타당성(relevance)과 신흥국가의 힘의 균형이라는 적법성(legitimacy)을 확보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현재 1.4%인 브라질의 쿼터를 올릴 수 있으며 1.8%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고 제시했다. 사회주의자로서 IMF의 적법성 문제에 보다 날카롭게 반응하는 측면도 있다고 불 수 있다. 자신의 정치적 성향이 IMF를 이끌어가는 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면서 그는 자신을 "자유시장 사회주의자(free-market socialist)"라고 불렀다. ■ 스트로스-칸 총재 약력 ㆍ49년 파리 근교 노이쉬르센의 유대인 가정서 출생
ㆍ77년 낭시대학 경제학 교수
ㆍ81년 사회당 입당
ㆍ91년 산업장관
ㆍ95년 사르셀 시장 당선
ㆍ97년 재무장관
ㆍ2007년 사회당 대선후보 도전, 루아얄에 패배
ㆍ2007년 IMF 총재 선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