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금융사들의 이같은 전략 수정은 아시아 금융기관들에 대한 인수협상이 경영권 문제 등으로 장기화되는 경우가 많은데다 매각 가격을 올리려는 움직임도 확산, 기업을 인수하는 것보다 자체 영업망을 강화하는 것이 비용이나 시간면에서 훨씬 유리하다는 판단 때문이다.아시안 월 스트리트 저널은 23일 시티그룹·ABN 암로 등 미국 및 유럽계 은행들은 여전히 아시아 금융기관 인수에 대해 관심을 보이고 있지만 예전과 같이 강한 인수 의욕을 보이고 있지는 않다고 보도했다. 대신 인수 비용으로 현금지급기가 설치된 지점 수를 늘리고, 인터넷 뱅킹과 폰 뱅킹 등을 강화하는 형태로 자체 영업망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로 인해 아시아 금융기관에 대한 외국 금융사들의 실제 인수·합병(M&A) 규모는 당초 발표 규모에 비해 절반 수준에 그치고 있으며, 금융위기가 발생하기 이전보다도 오히려 크게 줄었다고 저널은 분석했다.
톰슨 파이낸셜 증권이 분석한 「아시아 지역 금융기관에 대한 M&A 현황」자료에 따르면 아시아 지역에 금융위기가 불어닥치기 전인 지난 96년 외국 금융사의 아시아 금융기관 인수는 모두 439건 443억달러에 달했으며, 이는 당초 발표된 규모보다도 2배 이상 크게 늘어난 수치다.
그러나 금융위기로 아시아 금융기관들의 가치가 크게 떨어진 97년에는 오히려 382건, 120억달러에 그쳐 금액기준으로 지난 96년보다 거의 4분의1 수준으로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또 실제 인수규모도 발표된 규모의 절반 수준에 그쳐 예상과 달리 외국금융사의 아시아 지역 금융기관 M&A가 극히 부진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같은 추세는 지난해와 올해도 마찬가지다.
이처럼 금융위기 이전보다 오히려 아시아 금융기관에 대한 M&A가 줄어든 것은 아시아 금융기관들의 가치가 크게 떨어졌지만 경영권 문제와 가격 차이로 인수협상이 계속 지지부진한 양상을 보이면서 인수협상을 포기하는 외국 금융사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아시아 지역의 경제회복과 함께 가격을 올리려는 금융기관도 나타나면서 인수의 이점이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인터넷 뱅킹, 폰 뱅킹 등이 확산되면서 굳이 지점 수를 늘릴 필요가 없어진 것도 외국 금융사들이 아시아시장 영업확대 전략을 수정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매킨지의 수석 컨설턴트인 팀 쉐이버는 이와 관련, 『아시아 금융기관 인수의 이점이 갈수록 감소하면서 인수를 포기하고 직접 진출하려는 외국 금융사들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용택 기자YTLEE@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