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Story] 문태식 마음골프 대표

대기업 박차고 나와 인터넷 게임 개발
한게임·NHN 일궈놓고 다시 필드로
스크린골프서 제2 창업 드라이브



사업 관리보다는 새로운 것 만들어내는 개발 업무가 내 천직

월정액제 통해 대리점주 이익 UP… 영업직 모두 정규직 전환

골프에 '게임' 더해 차별화… 중국 진출 자동·훈련시스템 선뵐 것


지난 1997년 삼성SDS에서 기업 맞춤형 전산화를 담당했던 한 청년은 틀에 박힌 업무에 지루함을 느끼고 있었다. 수백, 수천만의 고객들을 위한 상품 개발에 목말라 있던 이 청년에게 뜻밖의 기회가 찾아왔다. 당시 유니텔에서 근무하던 동료들이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공간이 생겼으니 여기에 놀이공간을 만들자'는 제안을 해왔던 것. 혈기왕성하던 이 청년은 고민 없이 자리를 박차고 나왔다. 변변한 사무실도 없던 그는 창업 동료의 처남집에서 인터넷 게임 개발이라는 야심 찬 목표에 매진했다. 안정적인 대기업에서 나와 게임 개발이라는 지금까지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을 걷기 시작한 것이다. 문태식(사진) 마음골프 대표가 사업가로서의 첫발을 내디딘 순간이다.

사업 초기 문 대표는 원대한 포부를 갖고 출발했지만 상황은 그리 녹록지 않았다. 국제통화기금(IMF) 사태라는 전대미문의 악재가 터지며 의기투합했던 동료들이 하나둘 떠났다. 그렇게 해서 남겨진 직원은 문 대표와 김범수 다음카카오 의장 둘뿐이었다. 이들은 게임 개발을 위해서는 네트워크를 갖춘 환경에서의 사용자 테스트가 필요하단 판단에 1998년 당시 전국 최대 규모의 PC방인 미션 넘버원을 차렸다. PC방 한편에는 창업 사무실을 조촐하게 마련했다.

이처럼 당시만 해도 독립된 사무실 구할 돈도 없을 정도로 어려움이 적지 않았다. 문 대표가 우연히 개발한 PC방 요금관리 프로그램(미션데스크)이 PC방 주인들에게 호응도가 큰 것을 확인하고 운영자금이라도 마련하기 위해 전국을 돌아다니며 설치 서비스를 했을 정도.

문 대표는 "PC방을 운영하며 일일이 돈 계산하기 귀찮아 마일리지 적립 등의 기능이 첨부된 관리 프로그램을 만들었는데 생각보다 반응이 좋아 50만원을 받고 전국 수십개의 PC방에 직접 설치해주면서 자금운영에 숨통이 트였다"고 미소를 지었다.

하루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 프로그래밍을 하고 그러다 지쳐 그 자리에 잠들었다 눈뜨면 다시 쉴 새 없이 프로그래밍을 이어가던 고생 끝에 낙이 찾아왔다. 우여곡절 끝에 탄생한 한게임이 출시 직후부터 이른바 대박이 났던 것. 특히 한국 벤처사에서 가장 성공적인 인수합병(M&A) 중 하나로 꼽히는 네이버컴과의 합병은 넘쳐나는 이용자와 트래픽으로 고민하던 한게임에 날개를 달아주는 격이 됐다. NHN이 승승장구하며 문 대표 역시 NHN 엔터테인먼트본부 이사와 NHN 게임스 대표, NHN USA 대표 등 주요 요직을 거쳤다.

이처럼 경영자로서 탄탄대로의 길만 남겨져 있던 그가 다시 창업의 세계로 뛰어든 것은 벤처업계에서는 사실 이례적인 일이다. 상당수 벤처 1세대는 이미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지 오래고 벤처업계에 몸담고 있어도 투자자 등으로 활동할 뿐 창업에 다시 나선 경우는 좀처럼 찾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그는 다시 창업에 뛰어든 계기를 묻자 "해외 법인장까지 거치며 사업 관리보다는 새로운 걸 만들어내는 개발 업무가 나한테 가장 잘 어울리고 잘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NHN 창업 동료들도 앞장서서 도왔다. 김범수 현 의장과 김병관 전 NHN게임스 대표는 각각 마음골프의 지분 약 25%를 갖고 있다.

과거 온라인 골프 게임을 성공리에 론칭한 바 있는 문 대표가 택한 분야는 스크린골프 산업이다. 이미 경쟁자가 넘쳐난다는 주위의 우려도 있었지만 이는 단지 기우일 뿐이었다. 2000년대 후반부터 급성장한 스크린골프 산업에서 2012년에 설립된 마음골프는 어느덧 2위 업체로 성장했다. 1위 업체인 골프존과는 아직 격차가 여전하지만 성장세만큼은 업계에서 가장 눈에 띈다는 평가다. 정보기술(IT) 전문가답게 압도적인 소프트웨어 역량을 통한 현장감과 고품질 센서 확보라는 두 마리 토끼 잡기에 성공한 것이 주요 성공요인으로 꼽힌다.

문 대표는 "생생한 필드의 현장감을 주기 위해 바람 방향에 따라 나뭇잎과 공의 미세한 움직임까지 포착할 정도로 디테일에 신경을 썼다"며 "타사와 다르게 공의 속도와 스핀을 추정하지 않고 직접 읽어내는 카메라 센서로 대부분의 샷을 오차 없이 구현한 것도 고객들에게 만족을 준 것 같다"고 분석했다.

물론 온라인 사업에 오랫동안 몸담았던 그가 오프라인에서 골프센서 장비를 매장 점주들을 상대로 파는 일에 적응하기까지는 우여곡절도 많았다. 특히 영업사원을 다루는 일은 전혀 새로운 경험이었다. 문 대표는 "개발자만 데리고 일을 하다 전혀 성격이 다른 직원들을 다루는 게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고민 끝에 문 대표는 최근 영업직원 30명을 모두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업계에서 흔치 않은 결단이었지만 정규직화를 통한 소속감 강화가 정도라는 판단에서였다. 현재 마음골프의 100명 남짓한 직원은 모두 정규직이다.

IT 업계 출신답게 애플리케이션을 통한 소통 강화에도 나섰다. 영업직원 전용 앱을 만들어 대표와 다이렉트 소통 시스템을 구축한 것. 그는 "앱을 통해 실시간으로 영업 진행 상황을 보고 받다 보니 모럴해저드 위험이 사라지고 오히려 계약이 체결되면 서로 칭찬을 아끼지 않는 문화가 생겼다"고 강조했다.

대리점주와의 상생도 그가 유달리 강조하는 분야다. 스크린골프 업체 중 일부 회사는 라운드마다 수수료를 취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유지하고 있다. 초창기에 비해 스크린골프 이용료가 절반으로 줄었지만 매 라운드마다 약 2,000원 수준으로 스크린골프사에 지불해야 하는 금액은 그대로다 보니 점주 입장에서는 수익성이 나빠지는 결정적인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문 대표가 내놓은 방안은 바로 월정액제다. 신생 브랜드를 믿고 파트너가 되기로 한 점주의 결정과 기여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해줘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월정액제가 도입된 덕분에 고객들의 라운드 이용이 늘수록 점주들의 이익도 커지는 구조가 마련됐다.

그는 "스크린골프 산업에 뛰어들기 전에 시장 리서치 차원에서 직접 대리점을 운영해봤는데 주위 경쟁 대리점이 난립하고 주변경기 영향도 워낙 많이 받다 보니 안정적인 수익 확보가 쉽지 않았다"며 "이러한 경험 덕에 당장의 이익에 집착하지 않고 점주 입장에서 결과적으로 기존 업체보다 절반 이하의 비용만 부담하면 되는 정액제를 과감하게 도입했다"고 힘주어 말했다.

문 대표는 이미 시장 성숙기에 접어들었다고 평가 받는 스크린골프 산업이지만 게임 요소 강화와 IT의 결합이 이뤄지면 새로운 기회가 열릴 것이라고 확신한다. 그는 "그동안은 단순히 필드의 대체재로만 가치를 인정받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기존 내기 골프 방식에 지루함을 느끼고 게임적 요소를 느끼려는 고객들이 늘어날 것"이라며 "오프라인의 고스톱이 온라인으로 옮겨오며 맞고로 진화했듯이 스크린골프도 네트워크로 연결되면 새로운 형식을 통해 재미를 줄 수 있어야 살아남게 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문 대표는 앞으로 중국을 시작으로 해외 진출에도 본격 나선다는 계획이다. 그는 "올 하반기부터 직영점을 운영해 중국인에게 맞는 서비스 솔루션을 개발할 것"이라며 "저렴한 비용의 골프 학습에 대한 수요는 뚜렷한 만큼 오프라인에서 운영 중인 마음골프학교의 노하우를 결합하면 새로운 시장을 열 수 있다"고 단언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골프 대중화에 앞장서겠다는 포부도 드러냈다. 그는 "골프는 3대가 대화를 나누며 즐길 수 있는 유일한 운동"이라며 "최근 전자통신연구원과 기술이전 계약을 맺은 동작인식기술을 활용해 업계 최초의 자동 골프 훈련 시스템도 조만간 선보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진=권욱기자

●'슈퍼엔젤' 문태식 대표





스타트업 7곳에 8년간 100억 투자 '문차일드' 키워내

문태식 대표는 '슈퍼엔젤'이다. 그가 지난 2007년부터 지금까지 총 7개의 스타트업에 투자한 금액은 100억원을 넘는다. 개인이 이 정도의 금액을 투자하는 일은 벤처 투자 업계에서 흔치 않은 일이다.

그래서 이들 7개의 스타트업에 붙여진 별명이 바로 '문차일드'. 문 대표의 아이들이라는 뜻. 문 대표는 후배들의 꿈을 응원하고 게임·IT 산업 인재를 발굴하고자 8년 동안 스타트업에 투자를 해오고 있다.

1,000만 다운로드를 달성하며 국민 게임으로 유명한 윈드러너와 캔디팡을 개발한 모바일게임사 링크투모로우는 문차일드의 맏형격이다. 링크투모로우를 창업한 이길형 대표는 한게임 NHN 시절 함께 동고동락한 사이다. 성공 신화 뒤에 문 대표의 숨은 지원이 있던 셈이다.

프리스톤테일과 에이스온라인 등 온라인 게임을 주로 서비스하던 아라리오의 신상철 대표도 문차일드 일원이다. 신 대표와는 삼성SDS·NHN·한게임 시절까지 오랜 시간 함께 게임 산업의 일꾼으로 지내온 벗이다. 아라리오는 지난 2012년 YD온라인에 인수되면서 성공적으로 투자자금을 회수했다. 국산 게임이 일본 모바일 시장으로 진출할 수 있는 문을 열었다고 평가 받는다.

1990년대 말과 2000년대 초반 우리나라에는 스타트업이라는 말조차 존재하지 않았다. 그 시기를 겪으며 벤처 1세대로 살아온 문 대표는 투자금에 항상 목이 말랐다.

문 대표는 "처음 창업에 뛰어들 당시 엔젤투자는커녕 벤처 투자도 활성화돼 있지 않아 자금 부족 문제에 상시 시달렸다"며 "후배들은 그런 걱정 없이 게임 개발에 몰두하도록 도와주겠다고 생각한 것이 '문차일드'의 탄생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문 대표는 엑싯에 성공한 링크투모로우와 아라리오에 대한 투자금은 정리한 상태다. 남은 5개 스타트업에는 여전히 투자를 유지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가능성 있는 후배들이 보인다면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He is…



△1969년 서울 △1988년 연세대 전산학과 △1994년 8월 삼성 SDS 입사 △1998년 11월 한게임 커뮤니케이션즈 부사장

△2000년 7월 NHN 엔터테인먼트본부 이사 △2005년 12월 NHN USA 대표 △2007년 7월 엔플루토 이사회 의장(현재 부사장 겸임) △2012년 7월 마음골프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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