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 바둑 영웅전] 승부의 자존심

제1보(1∼20)
○이세돌 9단 ●시에허 8단 <제8회춘란배결승3번기제3국>



돌가리기를 새로 했는데 이세돌의 백번이 되었다. 이세돌은 거의 시간을 쓰지 않고 척척 두어나갔다. 시에허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판 위에 펼쳐지는 돌들의 모양을 보니 희한하게도 제2국과 완전히 똑같다. 제2국을 이세돌이 완패했는데 그 서반 진행을 되풀이하고 있다. "서반의 절출이 백에게 나쁘지 않았다고 확신하고 있는 겁니다. 이세돌의 승부사적 자존심이지요."(윤현석) 시에허는 이긴 바둑의 포석이므로 역시 자신감을 가지고 있는 모양이다. 주저없이 마치 제2국을 복기라도 하듯 두고 있다. 우상귀 포석에 관한 설명은 제2국에서 비교적 상세히 했으니 여기서는 구태여 되풀이하지 않기로 한다. 한가지 그때 못다한 것이 있다. 백이 18로 움직이기 전에 참고도1의 백1에 하나 단수치면 어떻게 되느냐인데…. 흑은 2로 그냥 벌리는 것이 요령이라는 사실. A에 받아주는 것은 활용당한 의미가 있으므로 손을 빼는 것이 고수의 감각이다. 제2국에서는 백20 이후에 참고도2의 흑1 이하 백16까지로 두어졌고 백이 A의 급소 일격을 노리는 바둑이 되었다. 그런데 이세돌이 그 급소 일격을 너무 서두르다가 대세를 잃고 완패했다. 그러므로 제3국에서는 이세돌이 그 급소 일격을 보류하고 다른 식으로 두어나갈 것이 확실하다. 그런데 문제는 시에허가 지독한 학구파라는 사실이다. 그가 제2국을 찬찬히 복기하면서 자기나름의 해법을 찾아냈을 공산이 크다. 구리를 비롯한 그의 동료 기사들도 함께 연구했을 것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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