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in 마켓] 관심 커지는 담배·라면·보험업종

'가격 인상 모멘텀' 타고 오름세 기대
가격 1% 올리면 순이익 최대 4% 증가 전망
KT&G·농심·동부화재 등 벌써 고공행진


기업들이 제품 가격을 잇따라 높이면서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지방선거가 끝난 데다 월드컵 시즌이 도래하면서 생필품 가격 인상에 대한 저항감이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최근 수년 간 가격을 올리지 못했던 담배·라면을 비롯해 팔수록 손해가 나고 있는 자동차보험료도 인상될 것으로 보고 있다.

KT&G(033780)는 12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전날 대비 3.03%(2,600원) 오른 8만8,3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KT&G의 이날 강세는 담배 가격 인상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다. 보건복지부는 전날 "지난 2005년 담뱃세 인상 이후 후속 조치가 없었다"며 "세계보건기구의 권고를 받아들여 큰 폭의 담뱃세 인상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KT&G는 이번 담뱃세 인상에 맞춰 제품 가격도 함께 높일 가능성이 높다. 2005년 이후 담배제품 가격은 동결된 채 세금만 올려왔기 때문이다. 금연에 대한 사회적 여론이 큰 상황으로 이번에 제품당 평균 200원가량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는 게 시장의 분석이다.

박애란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2005년 담뱃세 인상 때는 세금 인상분만 반영됐고 제품 출고가격은 오르지 않았다"며 "경쟁사들이 이미 제품별로 200원가량 담배 가격을 인상했던 만큼 세금 인상 시기에 맞춰 그동안 출고가격을 동결시켜왔던 KT&G도 일부 품목의 가격을 비슷한 수준으로 올릴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박 연구원은 이어 "담배 판매량이 동일하다고 가정하면 평균 판매가격이 1% 오를 경우 KT&G의 주당순이익(EPS)은 1.2% 개선되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KT&G의 올 3·4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는 전년 같은 기간 대비 2.82% 늘어난 3,012억원, 4·4분기에는 6.54% 증가한 2,374억원으로 집계된다.

라면업계 역시 수년간 동결했던 라면 가격 인상 시점을 저울질 중이다. 지난해 하반기 우유와 제과 제품의 가격을 인상했고 올해 초 음료 가격도 일제히 오른 만큼 이번에는 라면 가격을 올릴 차례라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올해 초부터 곡물 가격이 재차 상승하고 있어 라면 가격 인상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가격 인상률은 한 자릿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경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대표적인 서민 대용식이라는 인식이 큰 라면은 2011년 말 이후 가공식품 중 유일하게 가격이 동결됐다"며 "그동안 곡물 가격이 상승세를 나타내면서 라면 가격을 올릴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이어 "가격 인상률이 10%를 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가격 인상률 1%당 주당순이익이 4% 정도 개선되는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자동차보험 역시 가격 조정이 임박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오는 2016년부터 자동차보험 할인·할증 제도가 현재 등급제에서 건수제로 변경될 예정인 가운데 대형 손해보험사를 중심으로 올 하반기에 자동차보험료를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자동차보험은 사업비를 제외하더라도 손해율이 100%를 넘어서고 있다"며 "보험사의 수익률뿐만 아니라 운전자의 운전 습관 개선을 위해서 보험체제 개편과 보험료 인상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NH농협증권에 따르면 자동차보험료가 1% 인상될 경우 현대해상의 영업이익이 5.4% 증가하고 동부화재(005830)와 삼성화재(000810) 역시 3% 이상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제품 가격 인상이 예상되는 종목은 이미 주가 강세를 나타내고 있다. KT&G와 농심(004370)의 주가가 연초 대비 각각 20% 이상 올랐고 삼성화재와 동부화재 역시 연중 최저가 대비 18%, 12% 상승했다. 실제 제품 가격이 오르고 실적 개선까지 이어진다면 주가가 지속적으로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병준 피닉스자산운용 펀드매니저는 "가격 인상 기대감이 일부분 주가에 반영됐지만 실적을 통해 수익성 개선이 증명되면 투자심리가 다시 한번 살아날 가능성이 크다"며 "일각에서 제기되는 음식료주와 보험주에 대한 고평가 주장은 가격 인상 모멘텀이 살아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다소 지나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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