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파산 면책의 파장

소비자파산이란 넓은 의미의 개인파산 가운데 하나로, 채무자가 채무의 자력변제가 불가능할때 법원에 신청하는 제도다. 파산신청이 받아들여지게 되면 파산자는 남은 재산을 공평하게 배분, 빚잔치를 벌이게 되며 그 이상의 빚은 갚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파산자로 일단 선고받으면 금융거래의 중단, 취업의 제한 등 사회적 불이익이 뒤따른다. 이번의 면책결정은 파산자에게 빚갚을 의무를 완전 면제해 주고 사회적복귀를 허용하는 일종의 갱생프로그램이나 마찬가지다.담당 재판부인 서울지법은 이번 결정을 앞두고 상당히 고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사회의 도덕적 해이(MORAL HAZARD) 현상을 부추길 가능성이 있어 이를 엄격히 제한해야 한다는 지적과 IMF체제이후 실직자나 빚보증으로 급격히 늘어난 소비자 파산자들에게 적절한 면책을 주어야 한다는 주장사이에서 평형을 취하기가 어려웠던 탓이다. 재판부는 결국 파산자에게 갱생의 기회를 주기로 결정을 내린 것이다. 채무자를 파산상태에서 구제, 사회적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해 일반의 이익을 도모하겠다는 관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만 하다. IMF체제후 소비자파산이 엄청나게 늘고 있다. 통계에 따르면 지난 6월말현재 6개월이상 연체된 악성 신용불량자들은 74만6,000여명에 달한다. 액수만도 6,330억원이나 된다. 대기업들의 구조조정에 따른 또 한차례의 대량해고가 예고돼 있어 소비자파산 급증도 우려되고 있다. 서울지법의 이번 면책결정으로 우리나라도 이제 본격적으로 소비자면책이 이뤄지는 시대로 접어들게 된 것이다. 비판의 목소리가 없는 것도 아니다. 빛쟁이에 대한 우리의 정서를 고려할때 선진국의 면책사례를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무리라는 지적이다. 자칫 빚을 내 흥청망청 탕진하고 파산, 면책결정을 받는 분위기를 조장할 우려도 있다. 이같은 악순환의 고리를 차단하기 위해서는 면책결정의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는 소리도 높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