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 교구재 시장을 잡아라`
학습지업체들이 잇따라 유아교구재 시장에 진출하며 뜨거운 경쟁을 벌이고 있다. 초등학습지 시장의 팽창으로 아직 여유가 남아있는 유아시장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는 것. 국내에 `은물(恩物)`과 `가베(gabe)`로 알려진 이들 교구재들은 세트당 판매가격이 최소 수십만원대로 `귀족 장난감`이라는 일부 비난에도 요즘 최고 인기다.
지난해와 올해 초 `학습지 빅5`업체중 대교와 한솔, 웅진닷컴 등이 각각 교구재를 출시 본격 회원확보에 나서고 있으며, 지난 1977년 이 분야에 진출해 자리를 굳힌 한국프뢰벨은 시장의 급속팽창을 반기면서도 새로운 경쟁 상대들의 출현에 경계하는 눈치다.
◇시장 급속 팽창=은물은 독일 유아교육자 프뢰벨이 유아 창의력 개발을 위해 선보인 놀이도구다. 국내 시장에는 한국프뢰벨이 지난 77년 처음 소개하면서 은혜로운 선물이라는 뜻으로 `은물`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지금은 유아 창의력 개발 교재를 대표하는 고유명사로 자리잡았다. 한국 프뢰벨이 상표권을 등록해 경쟁업체들은 은물 대신 독일 원어인 `가베`를 활용해 비슷한 상품들을 쏟아내고 있다.
한국프뢰벨 관계자는 “도형을 이리저리 맞추고 노는 것 자체가 공간 지각능력이나 숫자 개념, 창의력 개발에 도움을 준다”고 강조한다. 창의력을 중시하는 7차교육과정이 시행된 후 구매 결정자인 젊은 주부들 사이에 입소문을 타면서 매출에 탄력이 붙었다는 설명이다.
성장 속도를 보면 더욱 놀랍다. 한국프뢰벨의 경우 은물류 판매는 99년부터 매년 20%가 넘는 고도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은물판매 매출은 98년에 비해 4배나 뛰었다. 은물 판매 매출은 98년을 100으로 봤을 때 2000년에는 264, 2001년 284, 2002년 397로 4년동안 매년 40~60%대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무엇보다 유아교구재 판매가 대폭 성장할 수 있던 배경에는 `방문 교육 ` 공이 크다. 교육까지 판매 업체가 책임지면서 단순한 장난감이 아닌 교육용 도구라는 인식이 확산됐기 때문. 교육적인 효과를 인정 받으면서 구매 결정권자인 젊은 어머니들이 구매에 적극 가담했다는 해석이다.
◇학습지업체 잇따라 진출=학습지업체들이 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든 배경은 기존 방문교사와 판매 조직을 이용해 시장 공략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자체 분석 때문이다. 게다가 세트당 판매가격이 비싼 만큼 판매업체들의 수익성도 높다. 업계에서 추산하는 유아교재시장은 연간 1조원(전집류 포함) 규모다.
이에 따라 한솔교육은 지난해 5월 `신기한 창의나라 가베`라는 이름으로 유아교구재 시장에 진출했다. 업체측은 `신기한 창의나라 가베`는 독일식 교육모델 원형 그대로 최고급 천연 목재를 사용해 교구재를 제작해 은물, 슈필가베 등 타 회사 제품과 비교해볼 때 가격, 재질, 교육 서비스 부분에서 탁월한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한다. 현재 회원은 약 2500명 정도이며 가격은 제품 88만원, 수업료 월 6만원이다.
웅진닷컴도 지난해 7월 `웅진 가베놀이마을`을 내놓데 이어 지난 1월초 `nic 창의발달놀이`를 출시했고, 2월에는 전략상품으로 `웅진 아기놀이마을`을 선보일 예정이다.
웅진 관계자는 “웅진 가베놀이마을은 만 2~5세 유아를 대상으로 창의력을 계발할 수 있도록 고안된 놀이교구로 지나치게 장황한 수백만원짜리 기존 교재의 단점을 보완하여 개발했다”고 말했다.
웅진닷컴은 올해 방문판매용 전집 부문을 영아로 대상 연령을 확대하고 방문판매 전집 매출 중 영유아 제품의 매출을 50%까지 확대할 예정이다.
학습지업계 수위를 지키고 있는 대교는 자체 개발한 유아 두뇌개발 통합교육 프로그램 `소빅스 베베`를 출시, 유아 교구재시장에 본격 진출했다. 다른 업체들이 외국제품을 도입한 것과는 대조적으로 자체연구팀이 개발한 종이, 천, 플라스틱, 목재 등으로 구성된 각종 교구재를 사용해 놀아주는 유아 두뇌개발 통합교육 프로그램이다. 16개월 코스로 교재가격은 72만원, 월 지도비는 4만원이다.
대교는 소빅스 베베의 출시를 기점으로 유아 브랜드를 `소빅스`로 통합하고 올 상반기 타악기류를 이용한 음악 교육 프로그램인 `소빅스 오르프 슐레`를 개발해 하반기에 본격적으로 프로그램을 공급할 계획이다.
<최석영기자 sychoi@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