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미 기업들의 회계 부정, 세계적 경기 불안 등으로 기업 신용이 땅에 떨어지면서 찬밥 대우를 받던 회사채가 다시 인기 투자 분야로 부상하고 있다. 주가 하락, 달러 약세로 갈 곳 잃은 부동 자금이 짭짤한 수익률의 회사채로 눈길을 돌리고 있기 때문. 이같이 투자 등급 회사채가 주목을 받으면서 덩달아 투기 등급 채권(정크 본드)에도 자금이 물밀 듯 들어오고 있다.
유럽 채권 시장 관계자는 수익률이 6%인 영국 유통업체 세인즈베리 채권에는 돈이 몰리는 반면 수익률이 떨어지는 30년 만기 영국 국채(수익률 4%)에는 발길이 한산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회사채 바람을 타고 고위험 고수익의 정크 본드에도 투자 열풍이 불고 있다. 지난 10월 이래 70억 달러가 정크본드 시장에 몰려들었다. 베어스턴스의 투기채 담당 매니저는 “마땅한 투자처를 잃은 투자자들이 고수익 시장인 정크 본드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고 말했다.
사실 얼마전까지만 해도 회사채는 경기 불안으로 부도 우려가 증폭되면서 투자 기피처로 여겨졌다. 그러나 기업들이 경기 전망이 불투명해지면서 투자보다는 현금 확보에주력하면서 투자자들 사이에 회사채의 안전성이 부각됐고 이에 따라 수익률이 높은 회사채가 다시 인기를 끌고 있다는 분석이다.
메릴린치의 국제담당 수석 전략가인 데이비드 보워스는 “기업들이 성장보다는 현금을 쫓고 있다”며 “향후 약 3년간은 회사채 시장이 주목받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병관기자 comeon@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