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중 1불 1백30엔까지” 지배적/엔 5% 추가절하에 원은 3% 그칠듯수출의존도와 대일수입의존도가 높은 우리경제의 구조상 원엔 환율은 대달러화 환율 못지 않게 무역수지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최근들어 루빈 미 재무장관이 일본의 대미무역흑자에 대한 우려를 표명함에 따라 국제외환시장에서는 미일간 무역분쟁의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엔달러화 환율이 한때 1백21엔대로 떨어져 2일 국내 외환시장에서 원엔화 재정환율이 지난 1월17일이후 처음으로 지난해말에 비해 절하됐다.
이에 따라 일부에서는 우리의 수출경쟁력이 되살아났다는 판단을 내리기도 한다. 그러나 향후 환율전망을 살펴보면 이같은 판단은 다소 성급한 것으로 보인다.
2일 한은이 입수해 발표한 국제 환율전문기관들의 엔달러화 전망은 이런 맥락에서 예사롭지 않다. 대부분의 기관들이 올 하반기중 엔달러화 환율이 1백30엔선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그만큼 국내 수출품의 가격경쟁력이 일본제품에 밀리게 됨을 의미한다. 물론 엔화가 달러화에 대해 절하되는 이상으로 원화가 절하되면 수출품의 가격경쟁력에 큰 문제는 생기지 않는다. 그러나 최근의 제반 국내 경제여건을 살펴보면 이같은 상황이 벌어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는데 문제가 있다.
국내 외환시장에서 원화의 대미달러화 환율은 기본적으로 수급에 의해 결정된다. 경상수지가 개선되거나 자본유입이 크게 늘면 그만큼 달러화 공급이 많아지고 따라서 원화는 절상된다. 지난해 하반기이후 원화가 미달러화에 대해 큰 폭의 절하추세를 보인 것은 경상수지 적자폭이 확대된데다 해외로부터의 자본유입이 예상보다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올들어서는 다소 상황이 바뀌어가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일단 수입증가세가 크게 주춤하고 있다. 설비투자용 자본재수입이 지난 2월 전년동기대비 2.2% 감소한데 이어 3월에도 3.2% 감소했다. 전체 수입증가율도 올들어 1, 2월중 전년동기대비 증가율이 2.1%를 기록, 전년동기의 24.8%보다 크게 낮아졌다. 물론 수출증가율은 전년동기에 비해 마이너스를 기록해 무역수지 개선효과는 나타나지 않았으나 적어도 수입증가세 둔화는 향후 무역수지 개선의 청신호로 보인다. 무역외수지에 있어서도 해외여행수지 적자폭 감소로 개선의 여지가 보인다. 더구나 정부의 자본시장 조기개방의 영향으로 외자유입이 늘어날 경우 원화의 추가적인 절하압력은 극히 제한적일 전망이다. 따라서 일부에서 제기하고 있는 것처럼 원화의 대미달러화 환율이 달러당 9백30원선을 넘기는 어렵고 오히려 하반기에 들어서면서 다소 절상될 수도 있다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이렇게 볼 때 엔화는 하반기중 달러화에 대해 현수준보다 5% 가량 추가 절하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반해 원화 절하율은 최고 3% 수준에 불과해 원화는 엔화에 대해 상당폭 절상이 불가피하다는 결과가 도출된다.
국제외환시장에서 엔달러화 환율이 결정되는 과정에는 너무나 많은 변수가 작용해 이들 국제외환전문기관들의 전망이 반드시 적중되리라고 보기는 어렵다. 다만 국내 수출업계는 이들 기관의 전망을 기초로 최악의 경우를 상정해 비가격 부문에서의 경쟁력을 높이는데 혼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이다.<김상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