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객선 세월호 실종자 수색에 나선 민간잠수사가 작업 도중 숨지며 현장의 안전관리가 부실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부는 뒤늦게 민간잠수사들이 전진기지로 삼고 있는 바지선에 의료진을 배치하기로 했다.
6일 오전7시36분 세월호 사고 해역에서 구조작업을 하던 민간잠수사 이모(53)씨가 숨졌다.
전날 현장에 도착한 이씨는 이날 오전6시7분 수상에서 호스를 통해 잠수사에게 산소를 공급하는 '머구리' 방식으로 첫 잠수에 나섰다. 이씨의 임무는 세월호 5층 로비로 진입할 수 있는 잠수사 이동 안내 줄(가이드라인) 설치였다. 이씨가 잠수하고 5분가량이 지나 수심 25m 지점에 도달했을 때 갑자기 바지선과의 통신이 중단됐다. 이씨가 잠수 중 "25m, 30m"라고 잠수 깊이를 알려야 하는데 더 이상 아무 소리가 들리지 않은 것. 이상을 느낀 해양경찰청 소속 잠수사가 곧장 구조를 위해 물속에 뛰어들었고 약 20여분 만에 이씨는 물 밖으로 꺼내졌다. 이씨에 대한 심폐소생술이 진행됐고 다시 20여분 뒤 헬기로 전남 목포 한국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이씨는 결국 세상을 떠났다. 이씨에 대한 병원 검진 결과 머리에 공기가 차 있는 '기뇌증'이 확인됐다. 압력 차이로 발생하는 병증으로 다이빙과도 연관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중에서 의식을 잃은 이씨를 발견했을 때 가이드라인에 공기공급선이 걸린 상태였으며 구조자가 가이드라인을 끊고 물 위로 올라왔다. 이씨가 착용한 잠수장비의 공기공급과 통신은 정상적으로 작동했다. 이 때문에 수중에서 공기공급선이 가이드라인과 얽히며 이씨가 사고를 당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씨는 해경이 동원령을 내려 소집된 민간단체 인명구조협회 소속 잠수사로 화력발전소와 댐 건설에도 참여한 베테랑 산업잠수사로 알려졌다.
이런 이씨가 불의의 사고를 당하자 무리한 잠수가 화를 부른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사고 해역은 조류가 몹시 빠르고 시야가 흐려 잠수 여건이 좋지 않은데 충분한 현장 적응과정 없이 곧바로 작업에 투입되는 과정에서 안전사고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침몰사고 초기부터 잠수수색에 투입된 한 민간잠수사는 "새로 투입된 잠수사들이 현장상황에 적응하려면 적어도 4~5일은 걸릴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바지선에 의료진이 없었던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해경의 요청으로 바지선 인근에 있던 청해진함 군의관이 바지선으로 다가와 인공호흡 등 긴급구호 조치를 했지만 이미 이씨의 의식은 없는 상태였다. 청해진함과 바지선 간 거리는 900m 정도로 해경의 구호 연락을 받고 해군 의료진이 바지선으로 가기까지는 7분이 소요됐다.
범정부 사고대책본부는 사고 이후에야 바지선에 군의관과 보건복지부 소속 의사들을 투입해 입수 전 혈압·맥박 등을 검진하겠다는 뒤늦은 대책을 내놨다.
이날 오전까지 대책본부가 공식 집계한 잠수사 부상자 현황은 부상 17명, 사망 1명이며 부상자 중 16명은 잠수병 증세를 보인 것으로 확인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