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금융시장이 양적완화 축소 가능성으로 인해 요동치고 있다.
11일(현지시간) 미국과 유럽, 아시아 증시는 일제히 하락했고 인도 등 신흥국들의 통화가치는 급락했다.
일본 중앙은행이 새로운 금융완화 조치를 하지 않기로 한 결정이 세계 주요 중앙은행들이 부양 정책 축소에 나설 것이라는 우려를 키우면서 주식 상승세에 제동이 걸리고 고금리를 쫓아 신흥국으로 몰렸던 자금이 이탈,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11일 일본은행은 이날 끝난 회의에서 양적완화를 유지하기로 했지만 시장이 기대했던 채권시장 안정화 대책은 내놓지 않았다. 현재로서는 더 이상의 부양책이 없다는 메시지를 준 것이다. 시장에서는 일본은행이 장기금리 상승을 억제하기 위한 안정화 대책을 발표할 것으로 기대했다.
이와 관련, 뉴욕증시와 유럽증시, 아시아 주요국 증시는 모두 하락 마감했다. 일본은행이 최근 혼란을 가져왔던 채권시장의 안정화 대책을 보류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까닭이다.
신흥국들은 통화 가치 하락에 비상이 걸렸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인도의 루피화 가치는 지난달 이후 7.5% 떨어져 아시아 주요 통화 가운데 낙폭이 가장 컸다. 루피·달러 환율은 이날 뉴욕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58.56까지 올라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인도 이외에 태국, 필리핀 등의 통화 가치도 지난달 이후 추락하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연준의 양적완화가 조기에 축소될 것이라는 관측과 함께 중국 등 아시아 국가의 경기 부진에 맞물리면서 신흥국들의 통화 가치가 떨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양적완화 축소 전망에 따라 미국 국채 금리가 상승하며 신흥국에서 자금이 빠져나가 신흥국의 통화 가치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 실제 10년물 미국 국채금리는 이날 한때 연 2.290%까지 올라 14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가능성은 커지고 있다. 경제ㆍ금융 전문 사이트인 마켓워치는 블루칩 이코노믹 인디케이터 분석을 인용해 월스트리트의 경제 분석가의 압도적 다수가 연준의 양적완화 축소 시기를 연내로 예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독일 헌법재판소가 유럽중앙은행(ECB)의 국채 매입(OMT) 프로그램에 대한 위헌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이틀간의 청문회를 연 것도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키웠다.
양적완화 축소는 증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금리 상승을 유발해 완전한 회복세에 진입하지 못한 실물 경기에도 부담을 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