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매시장 高감정가 주의보

입찰까지 4∼6개월간 소요 따라
집값 올랐던 작년 매물 이제야 나와
시세보다 감정가 높은 물건 잇달아



부동산 경매 시장에 고감정가 주의보가 내렸다. 집값 하락세가 지속되면서 시세보다 높은 가격에 감정된 물건이 속속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 경매는 신청에서 입찰까지 통상 4~6개월의 시간이 소요된다. 지난해 하반기 집값이 오르던 시기에 감정 평가를 받은 물건이 이제 경매시장에 풀리고 있는 것이다. 18일 경매정보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 3일 낙찰된 서울 송파구 신천동 '롯데캐슬골드' 187㎡형(이하 전용)은 현재 시세가 21억~25억원선이지만 첫 경매가 이뤄진 지난해 6월 당시의 감정가는 28억원에 달했다. 시세와 감정가의 차이가 7억원 가까이 벌어진 셈이다. 이 아파트는 결국 3회 유찰된 끝에 17억5,350만원에 새 주인을 찾았다. 같은 날 13억5,755만원에 낙찰된 서초구 잠원동 대림아파트 148㎡형 역시 비슷한 사례다. 이 아파트는 지난해 9월 16억원에 감정 평가를 받았지만 이후 매매가는 14억~15억원선까지 떨어졌다. 표면적인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의 비율)은 84.8%지만 시세와 비교하면 거의 차이가 없다. 강은 지지옥션 팀장은 "거래가 드물고 가격이 비싼 중대형 아파트에서 매매가보다 비싸게 감정 받은 아파트가 많이 나타나고 있다"며 "감정가와 시세를 꼼꼼히 비교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감정가 '역전' 현상이 나타나면서 신건 낙찰 수도 크게 줄어들고 있다. 신건 낙찰은 한 번도 유찰된 적 없는 물건이 경매시장에 나오자마자 바로 낙찰되는 경우다. 디지털태인에 따르면 5월1~15일 수도권 아파트의 신건 낙찰 건수는 두 건을 기록해 지난달 같은 기간(11건)과 비교해 5분의1 수준으로 줄었다. 이정민 디지털태인 팀장은 "부동산시장 침체가 지속되면서 신건 경매에 참여하는 사람의 수는 줄어들고 있어 여러 차례 유찰된 물건에만 사람이 몰리는 양극화 현상이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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