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전파 없다더니 곳곳 불안 징후… 4차감염 우려 고조

■ 메르스 사태 일파만파
격리대상 1,300명 돌파… 540여개 학교 휴업 돌입
대구·부산 일부 병원, 오산 공군기지서도 의심환자
잠복기 14일 감안 땐 다음주 말까지가 최대 고비

3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신도림역에서 출근길 시민들이 마스크를 쓴 채 지하철에 탑승해 있다. 메르스가 확산되며 격리대상자가 1,300명을 넘어서는 등 전국적으로 우려감이 고조되고 있다. /=연합뉴스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격리대상자가 1,300명을 돌파함에 따라 메르스가 지역사회로 전파될 수 있다는 우려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서울을 포함한 전국 230여개 학교가 휴업에 돌입하는가 하면 부산에서도 의심환자 신고가 잇따르는 등 불안감이 더욱 커지는 양상이다.

3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이날 기준 메르스 자가격리와 시설격리를 포함한 격리대상자 수는 1,364명이다. 감염의심자를 제외하고 확진자 25명이 거쳐 간 병원만도 모두 14곳에 이른다. 지금까지는 국내 첫 메르스 환자 A(68)씨가 입원해 있던 B병원을 중심으로 메르스가 확산됐다. 하지만 지금은 B병원에 더해 16번째 환자(40)가 입원했었던 대전 소재 E·F병원을 위주로 다시 감염자 수가 늘어나는 추세다.

16번째 환자의 경우 B병원에서 전원(병원을 옮김) 조치된 후 5월25~27일 F병원에서, 28~30일 E병원에서 각각 6인실을 이용했다. 해당 기간 E병원과 F병원에 입원했던 환자들과 이들을 병문안한 사람들, 이들 병원에서 환자들을 진료한 의료진 중에서도 감염자가 추가로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E병원에서 16번째 환자와 같은 병실을 쓴 3명은 이미 메르스 양성 판정을 받았다.

3차 감염 사례가 잇따르자 3차 감염을 넘어 4차 감염 케이스가 나올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기본적으로 3차 감염자가 발생했다는 것은 4차 감염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는 얘기"라며 "해당 병원을 중심으로 노출자 관리를 철저하게 해야 4차 감염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메르스에 대한 국민적 불안감은 걷잡을 수 없는 수준으로 치닫는 모습이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는 4~5일 휴업하고 울산의 일부 학교는 이달로 예정된 수학여행의 취소나 연기를 검토하고 있다. 부산에서는 의심환자 신고가 잇따르고 있으며 대구의 일부 병원에도 본인이 메르스에 감염된 것 같다는 환자들의 방문이 이어지고 있다. 세종에서는 부모 가운데 한 사람이 메르스 확진자인 한 의심자가 격리 조치됐다는 소식이 인터넷 등을 통해 전해지면서 일대 편의점의 마스크가 동나기도 했다. 아직 메르스가 지역사회로 전파됐다고 단정할 만한 근거는 없지만 이와 무관하게 메르스 공포는 이미 전국 곳곳으로 퍼져나가고 있다.

지역사회 전파는 없을 것으로 단정했던 보건당국조차 이제는 그 가능성을 전혀 배제하지 않고 있다. 권준욱 복지부 중앙메르스대책본부 기획총괄반장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메르스 일일상황보고 브리핑에서 "지금까지 나온 메르스 확진자들은 모두 연결고리 혹은 화살표로 연결이 된다"며 "가장 심각한 상황은 화살표가 이어지지 않는 경우가 될 텐데 이 부분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3차 감염이 기정사실화됨에 따라 보건당국은 메르스 사태의 최대 고비는 다음주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권 반장은 "16번째 환자가 F병원에 5월27일까지 입원해 있었다"며 "잠복기 14일을 감안하면 6월10일까지가 중요한 의미를 갖는 시기가 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30일까지 머문 E병원을 기준으로 삼는다면 메르스 사태의 고비는 다음주 중반이 된다. 하지만 만약 4차 감염자가 발생할 경우 메르스 사태는 장기화할 것으로 관측된다.

한편 보건당국은 메르스 확산 방지를 위해 필요할 경우 메르스 감염자가 나온 특정 병원이나 병동 자체를 격리하는 '코호트' 관리를 적극 검토하기로 했다. 복지부는 16번째 환자가 머물렀던 F병원에 입원해 있던 환자와 의료진 등 모두 39명을 대상으로 코호트 관리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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