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실가스 배출량 내년부터 강제할당 [기후변화의 경제학] 먼저 산업별 할당, 기업충격 최소화 모색 안의식 기자 miracle@sed.co.kr 기후변화, 온실가스 감축과 관련한 기업들의 최대 관심사는 배출량 강제할당이 언제, 어떤 방식으로 이뤄질 것인가 하는 점이다. 이는 기업 경영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그동안 우리 정부는 국제적인 온실가스 협상 동향에 촉각을 곤두세우면서도 기업들에 대한 온실가스 배출량 할당에는 소극적 입장을 유지해왔다. 그러나 이제 상황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중순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 결과 선ㆍ후진국을 막론하고 어느 나라라도 국제적인 온실가스 감축협상에서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협상구도가 짜여졌다. 전체적인 회의 분위기도 '한국은 의무감축 부담을 져야 하는 선진국'임을 당연시하는 쪽이었다. 이에 따라 정부의 자세도 변하고 있다. 이제 뭔가 해야 한다는 급박함이 감지되고 있다.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라는 것은 에너지 사용을 줄이라는 뜻이고 이는 특별한 대책이 없으면 공장가동률을 줄이라는 것으로 연결된다. 따라서 정부는 기업 충격을 최소화하면서 어떻게 하면 소프트 랜딩시킬 수 있을까 하는 점에 관심을 쏟고 있다. ◇정부는 산업별 배출량 할당할 듯=기업별 배출량 할당방식은 크게 두개로 나뉜다. 먼저 톱 다운(top down) 방식이다. 국제협상을 통해 국가별 배출량이 할당되면 정부가 다시 이를 기초로 기업별 배출량을 할당하는 방식이다. 즉 위로부터 내려오는 할당이다. 국제협상 결과가 아니라도 정부가 먼저 국가적 감축목표를 정하고 이에 기초해 기업별 할당량을 내려보낼 수도 있다. 반면 아래로부터 올라가는 보텀 업(bottom up) 방식도 있다. 즉 기업별 온실가스 감축 잠재량 등을 감안, 개별 기업들의 배출량을 할당하는 방식이다. 정부는 우선 보텀 업 방식의 배출량 할당을 고려하고 있다. 이를 위해 산업ㆍ기업별 감축 잠재량이 얼마나 될지, 어떻게 계산해야 하는지, 국제적 기준에는 어느 정도 적합한지 등을 검토하고 있다. 또 정부가 배출량을 직접적으로 기업별로 할당할 수도 있고 먼저 산업별로 할당한 다음 해당 산업 내부에서 개별 기업별 할당을 할 수도 있다. 한 전문가는 "정부가 산업별로 할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배출량 할당에 따른 복잡한 이해관계를 정부가 조정하는 것이 아니라 정부는 큰 그림만 그린 다음 기업별 세부 배출량 할당은 산업계 내부에서 하는 것이 잡음방지 등에 유리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강제적 배출권 거래시장(Cap & Trade) 개설=정부는 그동안 산업자원부ㆍ에너지관리공단 등을 중심으로 준비해온 '자발적 배출권 거래시장'을 올해 중 출범시킨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자발적 배출권 거래시장은 준비과정에서 많은 문제점을 노출시켰다. 먼저 시장기능이 제대로 활성화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었다. 기업별 배출량 할당이 전제되지 않은 상황에서 일부 기업들을 중심으로 온실가스 배출권이 나왔지만 이를 사줄 만한 수요처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기업들로서는 이 배출권을 사야 할 이유가 없었던 셈이다. 그러나 기업별 배출권 강제할당이 시작되면 상황은 달라진다. 개별 기업별로 배출량이 할당되고 이를 맞추지 못하면 벌금이 부과되기 때문이다. EU의 경우 벌금은 이산화탄소 톤당 100유로이다. ◇에너지 다소비 380개 기업이 우선'정부협약'대상=그동안 정부가 기후변화에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지난 1998년부터 산업자원부ㆍ에너지관리공단은 기업들과 '에너지절약 및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자발적 협약(VA)'을 실시해왔다. 대상 업체는 총 1,383개 기업이다. 이중 380개 업체가 연간 2만toe 이상 에너지를 사용하는 '집중관리대상'이고 882개는 5,000~2만toe 에너지 사용 사업장, 121개는 2,000~5,000toe 사용 사업장이다. 정부는 이들 에너지 다소비 사업체를 대상으로 현재의 자발적 온실가스 감축협약을 목표미달시 벌칙이 있는 정부협약으로 대체하려 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1,383개 사업체 모두를 대상으로 할 경우 파급효과가 지나치게 크다는 점을 감안, 우선 집중관리대상 380개 업체를 대상으로 자발적 협약을 정부협약으로 대체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입력시간 : 2008/01/02 17: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