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보안업체의 자존심으로 불리는 안랩(옛 안철수연구소)에 올해는 어느 때보다도 남다르다. 지난해 말 여의도에서 판교로 사옥을 옮긴 데 이어 연초에는 17년 동안 쓰던 사명까지 바꿨다. 글로벌 기업으로의 도약을 위한 발판이 마련되자 최근에는 해외시장 공략까지 본격적으로 선언했다. 그간 '안랩은 국내용'이라는 외부의 지적도 뒤따랐지만 꾸준한 연구개발과 차별화된 기술력을 앞세워 글로벌 대표 보안기업으로 거듭나겠다는 각오다.
"이제는 매출 1조원 시대를 준비해야 할 때입니다."
김홍선(52ㆍ사진) 안랩 대표는 "오는 2015년까지 해외시장 매출을 전체의 30% 수준으로 키우겠다"며 "판교 신사옥 시대를 연 올해는 해외시장 개척을 위한 원년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우선 지난해 8% 수준이었던 해외 매출 비중을 올해 10% 이상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라며 "국내 보안 시장에서 구축한 주도권을 앞세워 해외시장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겠다"고 말했다.
안랩은 2011년 매출 987억8,900만원과 영업이익 102억5,80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과 비교해 매출은 41.5%, 영업이익은 27.9%가 늘었다. 특히 수주액 기준으로는 1,018억원을 달성해 국내 소프트웨어 업체 중 처음으로 수주액 1,000억원 시대를 여는 등 위상도 달라졌다. 올해는 사상 첫 매출 1,000억원 돌파와 10년 연속 순이익 흑자 행진까지 바라보고 있다.
"모바일 시장이 급격하게 성장하면서 해킹 수법도 갈수록 다양해지고 진화하고 있습니다. 보안 시장의 수요도 이에 맞춰 가파른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됩니다. 올해는 전년 대비 30% 안팎의 성장을 목표하고 있습니다."
안랩은 올해 사업 전략의 3대 축으로 ▦새로운 보안 위협에 대응하는 융합 솔루션 분야의 리더십 확보 ▦해외 전략 시장 진출 가속화 ▦국내 핵심 사업 점유율 확대를 꼽았다. 갈수록 지능화되는 보안 위협에 대비하기 위해 혁신적인 통합 보안 솔루션으로 승부를 보겠다는 계획이다.
역점 사업인 해외시장 진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안랩은 이미 연초부터 해외시장 공략에 뛰어들었다. 올 2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세계적인 보안 콘퍼런스 'RSA 2012'에 지능형지속공격(APT) 대응 솔루션 '트러스와처 2.0'을 선보였고 모바일 보안 솔루션 '안랩 모바일센터', 온라인 통합 보안 서비스 '안랩 온라인 시큐리티' 등을 속속 공개했다. 안랩은 올해 미국을 시작으로 해외시장 진출에 본격적으로 나서는 한편 중국과 일본 등에서도 다양한 신제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미 지난해부터 김 대표가 글로벌사업본부장을 겸직하는 등 글로벌 기업으로의 체질 개선을 위한 조직개편도 단행했다.
"미국에서는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고 있습니다. 미국 소프트웨어 전문 유통업체인 코스미 파이낸스와 꾸준한 업무 협력을 추진한 결과 지난달부터 미국 1위 사무용품 판매점인 오피스맥스에 개인용 백신 'V3 시큐어 클라우드'를 공급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미국은 레퍼런스(공급 사례)를 확보하는 것이 어느 나라보다 중요한데 앞으로는 판매 채널뿐만 아니라 기술 개발 협력업체와도 파트너십을 확대해나갈 계획입니다. 올해는 미국 인터넷뱅킹의 보안 규정이 한층 강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등 시장 전망도 밝습니다."
안랩은 국내 시장에서도 독보적인 점유율을 바탕으로 주도권을 넓혀나갈 계획이다. 우선 핵심 분야인 'V3' 제품군의 기술력 강화에 주력하고 기업용 보안 솔루션인 '트러스' 시리즈를 한층 세분화할 예정이다. 또 모바일 시장의 급격한 성장세에 맞춰 모바일 보안 전용 제품을 잇따라 출시하고 외부 공격과 내부 유출에 동시에 대응할 수 있는 '사이버사고 대응조직(A-FIRST)' 등을 선보이는 등 고객 맞춤형 서비스로 차별화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김 대표는 "이제 안랩은 토종 벤처기업을 넘어 장기적으로 매출 1조원 시대를 준비해야 하는 시점에 놓였다"며 "국내에서 축적한 기술력과 서비스 노하우를 바탕으로 세계 최고 수준의 보안 전문기업이라는 꿈을 실현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