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성차, CKD로 무역장벽 넘는다

"관세 낮다" … 쌍용차, 반조립제품 수출 늘려
현대·기아차도 포터 등 비주력차종 비중 확대


국내 완성차 업계가 CKD(Completely Knock Down) 수출방식 글로벌 보호무역주의 파고에 맞서고 있다. CKD 수출방식은 반조립 제품을 수출해 현지에서 조립∙판매하는 것으로 국내 업체들은 무역장벽을 피하는 유효한 수단으로 이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2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 완성차 업체들의 CKD 수출물량이 크게 늘어나 한국GM의 경우 CKD 수출물량은 지난 2009년 95만8,033대에서 지난해 127만5,123대로 30% 이상 증가했다. 한국GM의 한 관계자는 "엔진과 변속기 등 주요 부품이 포함된 경우에만 CKD 한 대 물량으로 잡기 때문에 실제 수출되는 차량부품은 더 많다고 보면 된다"며 "글로벌 GM도 해외 공장에서 아베오∙말리부∙올란도 등 일부 차종을 생산하려면 한국GM의 부품을 쓰지 않으면 안 되는 만큼 앞으로 신흥시장을 중심으로 CKD 수출물량은 계속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쌍용자동차의 CKD 수출물량도 확대일로다. 쌍용차의 지난해 CKD 물량은 1,464대로 전년(720대) 대비 103.3% 증가했다. 2012년 인도로 CKD 수출을 본격화한 쌍용차는 내년부터 러시아∙브라질 등으로 반조립 제품 수출을 확대할 계획이다. 쌍용차는 올해 브라질과 러시아 현지에 공장을 짓고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CKD 수출방식으로 자동차를 만든다. 러시아 수출물량 가운데 약 20%를 CKD 수출방식으로 하고 있는 쌍용차는 오는 2015년까지 CKD 비중을 점진적으로 늘려나갈 방침이다.

현대∙기아자동차는 투트랙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주력 차종의 경우 CKD 수출물량을 줄이고 현지 생산비중을 늘려나가고 있는 반면 상용차 등 비주력 차종의 CKD 수출을 확대하고 있다. 현대차는 현재 우크라이나∙에콰도르 등에서 포터, 대형 트럭 등을 CKD 수출방식으로 제조하고 있다. 기아차는 말레이시아∙베트남 등에서 구형 스포티지, 봉고트럭 등을 같은 방식으로 만들어 팔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내년부터는 터키 상용차 제조업체 카르산의 공장에서 이 방식으로 소형 상용차를 생산할 계획이다.

이처럼 CKD 수출방식이 각광 받고 있는 것은 완성차 수출시 부과되는 높은 관세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브라질∙러시아 등은 나날이 수입차에 적용하는 관세를 높여가고 있는 추세다. 브라질은 지난해 말 수입차에 적용되는 공산품세를 30%포인트 올렸고 현재 수입차 가격에 40%에 달하는 관세를 부과하고 있는 러시아는 추가적인 관세인상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문제는 CKD 수출이 완성차 수출에 비해 수익성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점이다. 현대차가 주력 차종을 현지 공장 생산방식으로 하고 있는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 현대∙기아차의 한 관계자는 "최근 현대∙기아차의 전체 CKD 수출물량은 감소하고 있는 추세"라며 "이는 우리가 직접 품질관리를 할 수 있고 수익성이 높은 현지 공장 생산방식을 확대해왔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반론도 있다. 이유일 쌍용차 사장은 "CKD 수출이 완성차 수출보다 수익성이 낮은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하지만 CKD 수출을 확대하면 그만큼 판매물량이 늘기 때문에 총 수익액 면에서는 크게 문제될 것은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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