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문 출혈땐 피 색깔 살펴봐라

보통 선홍색이면 치질
검고 찐득하면 대장암 의심

항문 출혈이 발생하면 우선적으로 치질을 의심하게 된다. 하지만 직장암 등 다른 대장질환으로도 출혈이 생길 수 있는 만큼 치질로 속단하기는 어렵다. 이럴 때는 우선 피의 색깔을 주의 깊게 살펴보는 것이 좋다. 보건복지가족부 지정 대장항문전문 대항병원은 올해 항문 질환으로 병원을 처음 찾은 환자 6,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35%가 항문 출혈 증상을 보였다고 지난 26일 밝혔다. 연령별로는 30대가 31%로 가장 많았으며 이어 40대 21%, 20대 17% 등으로 20~40대 젊은 층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이처럼 젊은 층에서 항문 출혈이 많은 것은 과도한 업무 스트레스나 잦은 음주 때문인 것으로 병원 측은 분석했다. 항문 출혈이 일어났다면 눈으로 색을 자세히 살피는 게 좋다. 실제 항문 출혈이 발생했을 때 가장 위험한 것은 치질보다 직장(대장)암 등 다른 질환에 따른 출혈일 수 있기 때문이다. 직장암의 경우 출혈이 잦은 편인데 보통 선홍색의 피가 보이면 치질로, 검고 찐득하면서 비릿하고 역겨운 냄새가 난다면 대장질환에 따른 출혈로 의심할 수 있다. 이경철 대항병원 치질클리닉 과장은 "실제 피의 특성만으로 환자가 섣불리 판단하는 것은 어렵겠지만 진료시 자신이 관찰했던 피의 색깔 등을 자세히 설명해주면 정확한 진단에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출혈의 원인은 다양하다. 치질이 심해질수록 혈관벽이 얇아지게 되는데 배변 때 얇아지고 약해진 혈관벽에 상처가 쉽게 생겨 출혈이 일어난다. 과음도 항문 주변 혈관을 확장시켜 출혈을 유발할 수 있고 변을 볼 때 항문이 찢어지는 치열이 원인일 수도 있다. 대장에 발생한 암 중심에 궤양이 생겨 만성적인 출혈이 발생할 수도 있다. 항문 출혈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규칙적인 배변을 하고 한번에 5분 이상 변기에 앉지 않고 신문이나 잡지도 피해야 한다. 일상생활에서는 쪼그리고 오랫동안 앉는 자세나 음주를 피하고 변이 딱딱하지 않도록 섬유질 음식을 충분히 섭취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 과장은 "출혈 때문에 여러 가지 증상들이 감지되지만 그 중에서도 대장암에 따른 출혈 증상을 막기 위해서는 정기적으로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는 게 가장 확실한 예방법"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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