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t 이슈] 효성의 위기 <상> 끝없는 가족갈등

비자금·배임에 음해까지… 산으로 가는 효성
삼형제간 고발전 난무하고 부자간 볼썽사나운 다툼도
신사업 부진 등 경영 치명상


지난 7월24일 국내 주요 대기업 총수들이 청와대로 모여들었다. 이날 박근혜 대통령과의 오찬 간담회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구본무 LG그룹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각 기업 총수들이 참석한 가운데 유독 효성에선 조현상(44) 부사장이 대표로 얼굴을 내밀었다. 창조경제 활성화 등을 주제로 열린 간담회였지만 다른 기업에서는 거의 예외 없이 총수가 나섰다는 점을 감안하면 다소 어색한 모양새였다.

이날 간담회는 오너가 위기에 놓인 효성그룹의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자리였다. 총수인 조석래(80) 효성그룹 회장, 조 회장의 장남인 조현준(47) 사장은 지난해부터 8,000억원대 배임 등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14일 효성에 따르면 조석래 회장과 조현준 사장은 오는 21일 열릴 공판에도 참석할 예정이다. 조석래 회장이 건강 악화로 인해 미국에서 치료 중인 탓에 1심 공판은 11월 초에나 열릴 것으로 보인다.

조석래 회장과 조현준 사장은 2013년 10월부터 탈세 혐의로 국세청의 조사를 받기 시작했다.

이는 곧 비자금 조성 혐의로 확대되면서 검찰 수사로 이어졌다. 효성은 이에 대해 "IMF 사태 당시 발생한 종합상사 부실 등 경영상의 이유로 불가피하게 발생한 일로 오너 일가가 사적인 이득을 취한 바 없다"고 강변하고 있다.

비자금 조성이 '시발점'이었다면 뿌리 깊은 오너 일가 간의 갈등은 기름을 붓고 있다.

조석래 회장의 차남인 조현문(46) 변호사는 효성 부사장직으로 중공업 사업을 이끌어오던 중 2013년 2월 자리에서 물러났다.

조현문 변호사는 조석래 회장, 조현준 사장 등의 불법 행위를 바로잡으려다 물러나게 됐다고 주장했다. 같은 해 효성 4개 계열사를 상대로 소송전을 개시한 그는 지난해 7월 효성의 부동산 관리회사인 트리니티에셋매니지먼트와 ㈜신동진의 최모 대표를 배임·횡령 혐의로 고발하기도 했다. 사실상 조석래 회장, 조현준 사장을 겨냥한 것이었다.

이어 3개월 후에는 수백억원대 횡령과 배임 혐의로 직접 조현준 사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조현준 사장이 갤럭시아일렉트로닉스 등 정보기술(IT) 계열사를 통해 회삿돈을 빼돌리거나 손해를 끼쳤다는 내용이었다.

이 과정에서 "조석래 회장이 조현문 변호사를 세 차례 찾아갔지만 문전박대당했다(효성 측)" "아버지와 비서들이 빈집에 무단으로 들어왔다(조 변호사 측)"는 식의 진실 공방도 이어졌다. 조 변호사가 조석래 회장을 두고 "직접 내쫓은 아들을 3년 만에 만나 진실 은폐와 겁박만을 일삼는 비정한 아버지"라고 비판하는 등 갈등의 수위도 높아졌다.

효성은 조 변호사의 문제 제기가 일방적인 주장이라고 일축하고 있다. 특히 아버지·형제와의 불화를 외부로 공개하며 더욱 키운 데 대해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효성 오너 일가는 조 변호사의 고발이 아니더라도 비자금 조성과 배임에 관한 문제로 꾸준히 비판을 받아왔다.

효성그룹은 2008년에도 내부자 제보로 비자금 수사를 받았다. 조현준 사장은 지난 2010년에도 회사 자금으로 미국에서 콘도를 사들여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2년, 추징금 9억7,750만원 등을 선고받은 바 있다.

일가의 갈등과 송사는 효성그룹의 사업에도 악영향을 치고 있다. 중공업 사업은 2011년 이후부터 대규모 적자로 고전을 면하지 못했다. 올 들어 중공업 부문을 포함한 전체 실적이 크게 개선됐지만 스판덱스 등 일부 주력 사업을 제외하면 미래 성장 동력이 마련이 시급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탄소섬유 등 오너의 장기적인 전략이 필요한 사업은 아직 초기 단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효성의 가족 갈등, 송사가 길어지면서 중장기적으로 회사 경영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며 "이러다가 초유의 갈등을 빚었던 롯데가의 상황이 재연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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