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컨슈머리포트 '비교공감' 1년

■ 명-소비자 신뢰로 업계매출 도움
추천제품 판매 900%이상 늘기도
■ 암-대상 선정과정 전문성 불충분
발표전 업체 의견수렴도 보완해야


한국형 컨슈머리포트인 '비교공감'이 첫 선을 보인지 21일로 1년을 맞았다.

21일 업계와 관련 기관에 따르면 쏟아지는 상품 정보의 홍수 속에서 지난해 3월 21일 제1호인 등산화로 시작된 비교공감은 13개 항목 제품을 선보이면서 산업계와 소비자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우선 무선전기주전자, 젖병, 식기세척기 등 소비재 분야를 주로 취급하면서 그동안 상업적 의도가 배제된 정보에 목말라했던 소비자들에게는 신뢰감을 주는 정보로 자리잡았다. 그 결과 등산화의 경우 최다 조회수 18만건을 기록할 정도로 높은 인기를 끄는 등 업계로서는 '대박상품'을 배출하는 새로운 창구를 확보하는 부수효과까지 거두게 됐다.

실제로 소비자들 중에는 '스마트홈페이지'를 통해 주기적으로 비교공감을 구독하는 경우까지 생겨났다. 주부 최민주(34) 씨는 "화장품이나 유아용품에 대해 글을 올리는 블로거들이 업체로부터 돈을 받고 홍보 글을 써 준다는 얘길 듣고 믿을 곳이 없다고 생각했다"며 "정부가 진행하는 조사니까 물건 사기 전에 한번씩 챙겨본다"고 말했다.

업체 매출을 보면 비교공감의 영향력을 실감할 수 있다. 비교공감에서 추천제품으로 꼽은 코오롱스포츠의 등산화 페더는 발표 직후인 지난해 4월 판매량이 전월대비 250%나 늘었다. 페더와 함께 추천된 블랙야크의 레온도 정보공개 직후 판매량이 2배 이상 크게 뛰었다.

지난해 10월 28일 비교공감 10호에서 추천한 동양매직 식기세척기도 대박 상품 중 하나다. 보고서 발표 전에 해당 제품은 고가라인에 속해 주력 판매제품이 아니었지만 외제보다 가격이 싸면서도 기능이 탁월하다는 발표에 11월 한달간 1,000대가 팔려 전월 대비 매출이 7배나 치솟았으며 전년 동기 대비로는 무려 900%나 증가했다. 지난해 6월 비교공감 5호가 추천한 아가방앤컴퍼니의 닥터브라운 젖병 역시 하반기 매출이 상반기보다 20%나 상승했다.

비교공감에 발표되면 업계는 '비교공감 추천제품'이라며 앞다퉈 마케팅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다수의 업계 관계자는 "비교공감 발표 직후 관련 제품 문의가 이어지며 브랜드에 대한 호감과 인지도가 상승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첫 돌을 맞은 비교공감의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무엇보다 조사대상을 선정할 때 전문성이 보완돼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소비자원은 비교공감 1호를 발간하기 전에 등산화 브랜드 측에 자문을 구해 조사대상 제품을 선정했다. 물론 시험실에서 사용한 제품은 소비자원에서 별도로 구입했지만 업체들은 가격이 싼 제품을 골라"조사해달라"고 올렸다는 후문이다. A사 관계자는 "정부가 주도하는 조사이다 보니 기능이 뛰어난 제품보다는 가격에 민감할 수 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수십여 개 브랜드 제품을 전문적으로 살필 수 있는 연구인력이 부족한데다 기능과 장점이 세분화된 소비재 시장에 획일화된 잣대를 들이대다 보니 생기는 문제다.

공정거래위원회, 한국소비자원 등 정부기관 주도인 만큼 물가안정 같은 국가 정책에 휘둘릴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문제다. 지금까지 다양한 분야의 제품을 다뤘지만 '상대적으로 저렴한 국산이 성능도 좋다'는 주제가 비교공감의 최우선 순위였다는 분석도 나온다.

일부 소비자들은 고급 유모차 스토케 사례를 들며 "비교공감은 비싼 제품을 무조건 멀리한다"고 주장한다. 소비자시민모임이 조사한 해당 보고서는 맥클라렌, 스토케, 리안 등 여러 업체의 유모차를 조사대상으로 선정했는데 발표 직후 포털사이트 게시판 등에는 컴팩트형과 디럭스형 등 크기(등급)가 다른 제품이 비교됐다며 제품 선정에 문제가 있다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비교공감 발표 전까지 업체들의 의견수렴 과정을 충분히 거치지 않는다는 점도 보완해야 할 점이다. 업체 관계자들은 "보고서 나오기 1주일 전에 시험 결과를 통보받는다"며 "아이템 선정이나 기준에 대해 이의를 제기해도 반영이 쉽지 않을뿐더러 이견이 있었다는 내용조차 보고서에 올라가지 않는 경우가 대다수"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공정위 소비자정책과 관계자는 "관련업계에 의견제출 기회를 충분히 보장하고 테스트 결과에 대해 전문가를 통한 검증을 한층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을 따라잡기에는 비교공감을 제작하는 정부의 인력과 비용이 한정적이라는 목소리도 있다. 박명희 동국대 소비자전공학 교수는 "소비자정보를 생산하는 비용이 높아 소비자들이 원하는 아이템을 충분히 제공하지 못하는 아쉬움이 있다"며 "소비자 권익기금을 마련하는 방안 등이 검토돼야 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