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콘텐츠산업 경쟁력 키우려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결과 방송채널사용사업에 외국인 간접투자를 100% 허용하기로 했다. 지난 2005년도 국내 방송시장 규모는 약 8조6,000억원에 불과하다. 오는 2012년부터는 총매출액이 국내 방송채널사용사업자의 1조4,000억원보다 31배나 큰 단일기업인 타임워너 같은 수많은 세계적 기업들과 경쟁해야 한다. 미국은 주로 영화ㆍ스포츠ㆍ드라마ㆍ오락ㆍ애니메이션ㆍ다큐멘터리 등 인기 장르에 진출할 것이다. FTA 영향은 복수채널사용사업자보다 영세 사업자들에 크게 나타날 것이다. 현재 150여개 채널 가운데 10억원 이상 당기순익을 내는 14개 채널을 제외하고는 어려움이 예상된다. FTA가 발효되지도 않았는데 벌써 판권료 인상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 정부는 국내 기업들이 경쟁력을 갖도록 적극적인 대응책을 강구해야 한다. 크게 볼 때 규제완화와 육성정책 강화가 절실하다. 먼저 IMF 외환위기 이후 떠나간 대자본을 유치하기 위해 대기업에 대한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 막대한 자본력으로 새로운 성장동력을 모색하고 있는 국내 통신, 인터넷 포털, 전자 업체 등이 콘텐츠 산업에 진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NTT도코모ㆍ구글ㆍ소니ㆍGEㆍMS 등이 콘텐츠 산업에 진출하는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제작쿼터제를 도입해 국내 프로그램 제작에 일정 비율을 의무적으로 투자하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할 만하다. 프랑스는 매년 전년도 총매출액의 최소한 16%를 프랑스ㆍ유럽 시청각 작품 제작에 투자하도록 하고 있다. 다음으로 다양한 지원책이 강구돼야 한다. 방송채널사용사업자 전용 디지털제작센터를 구축하면 실질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다. 영상 분야는 창의력이 요구되므로 아이디어 발굴이 매우 중요하다. 아이디어 기획서만으로도 사업할 수 있도록 제작비를 지원할 필요가 있다. 유통체제 정비도 시급하다. 아직 신디케이트 사업자가 없는 초기 유통시장을 선진화할 때다. 유통사업자의 출현과 더불어 미국처럼 유통업자들이 제작자들에 제작비를 선지급하는 제도도 제작 활성화에 기여할 것이다. 인력양성 역시 소홀히 할 수 없는 영역이다. 캐나다에서 시행하고 있는 인력양성 기업의 법인세 감면, 인력 훈련경비의 세금공제 등의 정책도 참고할 만하다. 비정규직 종사자에게 전문화 교육을 지원한다든지, 대학생 인턴제도를 활성화하는 방안도 의미 있다. 연구개발(R&D) 분야에 대한 지원도 민간기업에서는 쉽지 않으므로 정부가 나서야 한다. 프랑스는 양방향 TV를 대상으로 하는 혁신적 콘텐츠ㆍ포맷 개발, 새로운 기술 개발을 위한 프로젝트를 지원하고 있다. 국제적 지원도 더욱 강화돼야 할 부분이다. 공동 제작, 해외시장 개척, 프로그램 해외 홍보 및 판매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수익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근본적 대책 마련이 선행돼야 한다. 수신료 배분비율 확대, 광고제도 개선 등으로 수익을 확대해 제작에 재투자할 수 있도록 순환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 마지막으로 방송위원회ㆍ문화관광부ㆍ정보통신부가 산발적으로 지원하는 비효율적인 체제를 정비해야 한다. 진흥기구들을 단일화하거나 여러 부처의 정책을 조정하기 위한 상설협의체를 구성하는 일이 시급하다. 일본은 총무성을 비롯해 여러 부처가 지원정책을 분산 추진하고 있지만 2003년 내각에 지적재산전략본부를 설치해 ‘소프트 파워’ 강국으로 도약하고 있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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